제2부 '남몰래 흐느끼는 그녀들' <11> 못 믿을 결혼정보업체들
2007년 04월 01일(일) 19:45 가가
회사원이라던 남편 결혼하고 보니 ‘농삿일’
지난달 30일 나주에서 만난 응웬티(27·가명)씨는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울음보를 터뜨렸다. 고향 베트남에서 생각했던 한국생활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신의 결혼을 주선한 결혼정보업체 직원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가 치민다.
결혼 전 베트남 결혼정보업체는 남편을 ‘30대 후반의 회사원’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두 달 뒤 한국에 왔더니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회사원이라는 남편은 농사를 짓고 있었고, 나이도 결혼 전 들은 것보다 10살이나 많았다.
더구나 남편이 응웬티씨의 외출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잦은 싸움에 시달리고 있다. 어쩌다 귀가가 늦거나 짧은 치마라도 입는 날이면 어김없이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다.
응웬티씨는 “결혼 전 정보업체 직원의 말과는 달리 집에서 농사일을 돕기만을 바라는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로 인해 한국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남편이나 한국 농촌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았더라도 한국행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제결혼을 통해 광주·전남지역으로 온 이주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채 절망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정보부족과 결혼정보업체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한국의 문화나 배우자에 대한 검증절차 없이 국제결혼을 택하면서 예상치 못한 각종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결혼이민자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면접자 1천63명 가운데 13%가 결혼 전에 들었던 배우자의 정보가 사실과 달랐다고 대답했다. 항목별로는 배우자의 재산에 대한 정보 불일치가 35%로 가장 높았으며, ▲성격(32%) ▲직업(27.2%) ▲생활습관(27%) ▲소득(26%) 등의 순이었다.
또 결혼 방법별로는 결혼중개업체의 정보 불일치가 25.8%로 가장 높았고, ▲스스로(9.9%) ▲가족이나 친구 소개(9.3%) ▲종교기관(7.9%) 등으로, 정보업체의 정보왜곡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 여성의 경우 10명 중 3명이 결혼 전 배우자에 대한 정보가 달랐다고 응답한 반면 ‘정보가 일치했다’는 대답은 41%에 그쳤다. 전체 이주여성의 절반 이상이 ‘정보 부재’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베트남은 전체 이주여성의 70%가량이 정보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업체에 대한 단속 및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에 진출한 일부 정보업체는 한국에서는 농업이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한국의 생활수준을 TV드라마나 영화 속에 비춰진 모습으로 소개하면서 이혼 등 각종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남편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국인 남편의 경우 전체 응답자 1천81명 가운데 결혼 전 배우자의 정보가 일치했다는 응답이 72%에 그쳤다. 또 정보업체를 통한 경우 정보일치도가 66%로 낮게 나타났으며, 정보업체를 통한 결혼 비중이 높은 베트남 부인의 경우 63%까지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무자격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하거나 경찰로부터 사법처리되는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농촌총각 10여명이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베트남 여성들과 미팅을 하다가 현지 공안당국에 의해서 검거되기도 했다. 베트남에선 현지정부가 인정하는 여성위원회와 교류 협력을 체결한 업체를 제외고는 일체의 결혼소개와 결혼중매는 불법이다.
계약결혼이나 위장결혼으로 인한 사회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상당수 정보업체들이 성혼률을 높이기 위해 허위·과대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일부업체는 계약·위장결혼 등 불법결혼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이혼률이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외국인 부인과의 이혼은 총 2천444건에 달한다. 이는 1년 전인 2004년(1천611건)보다 52% 급증한 것으로, 부인의 국적별로는 ▲중국(58.6%) ▲베트남(11.8%) ▲일본(6.9%) ▲필리핀(5.8)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여성과의 이혼률이 높은 것은 타국에 비해 결혼 누적건수가 높기도 하지만 계약결혼이나 위장결혼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의 ‘외국인 분만 현황’ 조사 결과 지난 2003∼2005년의 국제결혼 대비 분만 건수는 31%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중국출신 여성의 분만률은 15.9%로, 전체 결혼 건수에 비해 자녀 출산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돼 허위결혼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여성인권단체 및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결혼정보업을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의 김춘진 의원이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허가제를 골자로 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국제결혼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결혼 전 베트남 결혼정보업체는 남편을 ‘30대 후반의 회사원’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두 달 뒤 한국에 왔더니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회사원이라는 남편은 농사를 짓고 있었고, 나이도 결혼 전 들은 것보다 10살이나 많았다.
더구나 남편이 응웬티씨의 외출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잦은 싸움에 시달리고 있다. 어쩌다 귀가가 늦거나 짧은 치마라도 입는 날이면 어김없이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다.
응웬티씨는 “결혼 전 정보업체 직원의 말과는 달리 집에서 농사일을 돕기만을 바라는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로 인해 한국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남편이나 한국 농촌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았더라도 한국행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제결혼을 통해 광주·전남지역으로 온 이주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채 절망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정보부족과 결혼정보업체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한국의 문화나 배우자에 대한 검증절차 없이 국제결혼을 택하면서 예상치 못한 각종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결혼이민자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면접자 1천63명 가운데 13%가 결혼 전에 들었던 배우자의 정보가 사실과 달랐다고 대답했다. 항목별로는 배우자의 재산에 대한 정보 불일치가 35%로 가장 높았으며, ▲성격(32%) ▲직업(27.2%) ▲생활습관(27%) ▲소득(26%) 등의 순이었다.
또 결혼 방법별로는 결혼중개업체의 정보 불일치가 25.8%로 가장 높았고, ▲스스로(9.9%) ▲가족이나 친구 소개(9.3%) ▲종교기관(7.9%) 등으로, 정보업체의 정보왜곡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 여성의 경우 10명 중 3명이 결혼 전 배우자에 대한 정보가 달랐다고 응답한 반면 ‘정보가 일치했다’는 대답은 41%에 그쳤다. 전체 이주여성의 절반 이상이 ‘정보 부재’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베트남은 전체 이주여성의 70%가량이 정보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업체에 대한 단속 및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에 진출한 일부 정보업체는 한국에서는 농업이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한국의 생활수준을 TV드라마나 영화 속에 비춰진 모습으로 소개하면서 이혼 등 각종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남편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국인 남편의 경우 전체 응답자 1천81명 가운데 결혼 전 배우자의 정보가 일치했다는 응답이 72%에 그쳤다. 또 정보업체를 통한 경우 정보일치도가 66%로 낮게 나타났으며, 정보업체를 통한 결혼 비중이 높은 베트남 부인의 경우 63%까지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무자격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하거나 경찰로부터 사법처리되는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농촌총각 10여명이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베트남 여성들과 미팅을 하다가 현지 공안당국에 의해서 검거되기도 했다. 베트남에선 현지정부가 인정하는 여성위원회와 교류 협력을 체결한 업체를 제외고는 일체의 결혼소개와 결혼중매는 불법이다.
계약결혼이나 위장결혼으로 인한 사회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상당수 정보업체들이 성혼률을 높이기 위해 허위·과대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일부업체는 계약·위장결혼 등 불법결혼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이혼률이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외국인 부인과의 이혼은 총 2천444건에 달한다. 이는 1년 전인 2004년(1천611건)보다 52% 급증한 것으로, 부인의 국적별로는 ▲중국(58.6%) ▲베트남(11.8%) ▲일본(6.9%) ▲필리핀(5.8)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여성과의 이혼률이 높은 것은 타국에 비해 결혼 누적건수가 높기도 하지만 계약결혼이나 위장결혼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의 ‘외국인 분만 현황’ 조사 결과 지난 2003∼2005년의 국제결혼 대비 분만 건수는 31%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중국출신 여성의 분만률은 15.9%로, 전체 결혼 건수에 비해 자녀 출산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돼 허위결혼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여성인권단체 및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결혼정보업을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의 김춘진 의원이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허가제를 골자로 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국제결혼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