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담은 짧은 격언이다. 속담 중에는 우리가 생활하는데 귀담아 듣고 생활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것들이 매우 많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등은 주옥같은 속담이다.
그러나 속담을 듣다보면 잘못된 속담 2개가 떠오른다. 그것은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이다.
보통 주변에서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고 정도를 걸으면서 청탁을 거절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을 ‘고지식한 사람’,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주위의 부탁도 들어주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 것을 충고한다.
그러나 이 속담은 잘못됐다. 어종은 적지만 빙어, 모래무치 등 깨끗한 물에 사는 고기도 많이 있다. 고기가 많이 사는 물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고기가 적게 살더라도 바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깨끗한 개울이나 산속의 샘물에 있는 수초와 자갈 등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맑아지며 산뜻하고 시원함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기가 좀 많이 산다고 혼탁한 저수지나 더러운 물이 흐르는 시냇가 좋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시커먼 돈에 매수되고 친지 등 온갖 연줄에 의한 부정한 청탁 들어주고 불법과 부정을 저지르고 불의와 타협하며 대충대충 편하고 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융통성 있고 인정 많고 그렇게 좋은 사람들인가. 이런 사람들 틈 속에서 피곤함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정도를 걷는 사람들을 보면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요 깨끗한 물속의 수초나 조약돌, 몇 마리의 고기처럼 산뜻하고 멋있지 않는가.
‘깨끗한 물에도 사는 고기가 있다’, ‘고기가 없더라도 수초와 자갈이 있는 깨끗한 물이 좋다’는 속담으로 바꾸고 싶다.
또 하나 잘못된 속담으로는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를 들 수 있다. 사전적 의미는 돈을 벌 때는 천하게 벌더라도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쓰라는 것이다. 그러나 돈을 쓰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돈을 버는 방법이 훨씬 중요하다.
이 속담이 언제부터 전해 내려오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이 속담이 생길 무렵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 그렇게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방법이 거의 없어 약간 힘들고 천하게 벌더라도 가치있게 쓰라는 의미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뇌물, 횡령, 부동산 투기, 도박, 마약, 매춘, 범행으로 얻은 수익 등 더럽고 불법적으로 비천하게 버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돈을 아무리 깨끗하고 보람있게 쓰더라도 그 돈이 불법적이고 부도덕하게 번 돈이라면 전혀 가치가 없는 일이다.
정치인이 뇌물로 받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고, 조직폭력배가 영세 상인들로부터 갈취한 돈을 양로원에 기부한다고 하여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 될 수가 없다. 자녀 과외비를 벌기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나간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는 매춘까지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렇게 벌어 자녀 과외시켜서 명문대 들어가면 무엇 하겠는가.
5공과 6공 시절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이 정치인이나 재벌들로부터 뺏은 거액의 돈 중 일부를 장관이나 측근들에게 전별금이나 떡값으로 줄 때 두 사람의 행태를 비교 평가한 적이 있었다. 전대통령은 일반사람의 생각을 넘어 동그라미가 하나 더 있을 만큼 노대통령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주어 남자답고 배짱이 크다고 미화하곤 했다. 전대통령이 자신이 땀 흘려 받은 월급이나 재산을 그렇게 많이 나누어 주었다면 정말 칭찬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벌들로부터 뺏어 나쁘게 축재한 돈을 측근들에게 많이 준다고 해서 멋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풍조다.
사람들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돈을 벌려고 하고 돈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돈도 정승같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여 벌어야 한다. 돈을 아무리 정승같이 쓰더라도 개같이 천하고 더럽게 벌면 절대 안 된다.
요즘 깨끗하게 돈을 벌어 부를 축적하는 청부(淸富)가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청부가 그리워지는 세상이다.


민경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