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 강해지는 민족주의
2007년 02월 25일(일) 19:28 가가
전지용 <조선대 사학과 교수>
민족주의의 고전적 연구자였던 한스 콘 등은 문화가 발달하고 사회가 합리화되면서 점차 민족주의가 문화적인 쪽으로 순화되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민족주의가 퇴화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냉전이 깨어지기 시작한 현대사회는 오히려 민족주의가 과거의 그것 못지 않게 강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의 동북아에서 그것이 더 강하게 눈에 띈다. 아마도 이 점은 민족주의가 전환기 사회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던 겔너나 스미스 등의 분석이 부분적으로는 더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웅변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동북아 국가들이 미국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세계화’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전환기 사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이즈미로부터 아베로 이어지는 우익 민족주의적 조류를 강하게 타고 있음이 명백해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에 신사참배 문제가 국제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었음에도 그가 강행하려 했던 의지의 이면에는 과거의 대동아전쟁을 일본인들의 정서 속에서 정당화시키려하는 상징적 의미가 개입되어 있다.
중국도 민족주의적 조류를 정부 스스로 강화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중국이 공산당 일당체제이면서도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며 정치적 영토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좌익의 변질된 민족주의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의 정치적 영토를 과거 중국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영역과 일치시켜 어떤 분쟁의 씨앗도 애초에 자리할 수 없게 하고자 원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 영토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들 한족의 문화 틀에 맞추겠다는 소위 ‘중화(中華)’적 의지일 뿐이다.
동북아의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만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외로이 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의 민족주의적 흐름이 일본과 달리 우익 혹은 경제발전론자들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면서 적지 않은 표심들이 움직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현 정부가 그 표심들을 모을 때 믿음을 지켰느냐는 것은 별도의 문제이다.
김구 선생이 서거한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적 조류가 오랫동안 비주류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에 민족주의자들은 체계화된 집단을 형성하지 못했고 이론을 정연하게 다듬지도 못했다. 민족주의자들이 우익과 경제계에 뿌리를 박은 일본이나 정부와 지식인사회에 뿌리를 둔 중국과는 다른 모습이 한국의 민족주의적 흐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의 한국의 정치·사회적 구조와 관련, 불행하게도 한국의 민족주의적 조류가 반미(反美)적 정서와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한국의 민족주의적 정서가 단순하게 현상을 파괴하겠다는 맹목적 의지로 흐를까 염려되는 이유이지만, 일본의 그 흐름도 과거처럼 제국주의의 정치적 체제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긴 마찬가지다.
세계화를 통한 신자유주의의 수용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인지, 아닌지는 복잡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수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지만, 정부를 포함한 경제계 등은 대체로 수용 불가피론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과거 자신들의 ‘정체성’에 집착하면서도 세계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집단들과 완강하게 정체성에 집착하는 집단들, 그리고 아예 정체성을 버리고 신속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집단들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농산물 분야에 관한 현실적이고 솔직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값싼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면 당연히 한국 농민들 대부분은 생존의 기로에 내 몰리겠지만 도시민들과 경제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이익이 주어진다. 경제인들은 값싼 농산물에 기초하여 계산된 최저생계비에 맞추어 임금을 주어도 사회적으로 비난받지도 않을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산업화가, 그리고 농산물 시장의 개방이 정말 불가피하다면 정부도 특화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등 농민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나 다른 직업으로 무난히 전환할 수 있게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특히 현재의 동북아에서 그것이 더 강하게 눈에 띈다. 아마도 이 점은 민족주의가 전환기 사회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던 겔너나 스미스 등의 분석이 부분적으로는 더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웅변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동북아 국가들이 미국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세계화’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전환기 사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이즈미로부터 아베로 이어지는 우익 민족주의적 조류를 강하게 타고 있음이 명백해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에 신사참배 문제가 국제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었음에도 그가 강행하려 했던 의지의 이면에는 과거의 대동아전쟁을 일본인들의 정서 속에서 정당화시키려하는 상징적 의미가 개입되어 있다.
중국도 민족주의적 조류를 정부 스스로 강화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중국이 공산당 일당체제이면서도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며 정치적 영토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좌익의 변질된 민족주의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의 정치적 영토를 과거 중국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영역과 일치시켜 어떤 분쟁의 씨앗도 애초에 자리할 수 없게 하고자 원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 영토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들 한족의 문화 틀에 맞추겠다는 소위 ‘중화(中華)’적 의지일 뿐이다.
동북아의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만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외로이 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의 민족주의적 흐름이 일본과 달리 우익 혹은 경제발전론자들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면서 적지 않은 표심들이 움직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현 정부가 그 표심들을 모을 때 믿음을 지켰느냐는 것은 별도의 문제이다.
김구 선생이 서거한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적 조류가 오랫동안 비주류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에 민족주의자들은 체계화된 집단을 형성하지 못했고 이론을 정연하게 다듬지도 못했다. 민족주의자들이 우익과 경제계에 뿌리를 박은 일본이나 정부와 지식인사회에 뿌리를 둔 중국과는 다른 모습이 한국의 민족주의적 흐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의 한국의 정치·사회적 구조와 관련, 불행하게도 한국의 민족주의적 조류가 반미(反美)적 정서와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한국의 민족주의적 정서가 단순하게 현상을 파괴하겠다는 맹목적 의지로 흐를까 염려되는 이유이지만, 일본의 그 흐름도 과거처럼 제국주의의 정치적 체제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긴 마찬가지다.
세계화를 통한 신자유주의의 수용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인지, 아닌지는 복잡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수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지만, 정부를 포함한 경제계 등은 대체로 수용 불가피론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과거 자신들의 ‘정체성’에 집착하면서도 세계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집단들과 완강하게 정체성에 집착하는 집단들, 그리고 아예 정체성을 버리고 신속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집단들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농산물 분야에 관한 현실적이고 솔직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값싼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면 당연히 한국 농민들 대부분은 생존의 기로에 내 몰리겠지만 도시민들과 경제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이익이 주어진다. 경제인들은 값싼 농산물에 기초하여 계산된 최저생계비에 맞추어 임금을 주어도 사회적으로 비난받지도 않을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산업화가, 그리고 농산물 시장의 개방이 정말 불가피하다면 정부도 특화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등 농민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나 다른 직업으로 무난히 전환할 수 있게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