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과 디자인산업을 발판으로 하여 연구개발특구를 광주지역에 유치하려는 계획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겠지만 이 지역의 추진주체가 뚜렷이 부각되지 않은 것도 그 속도감을 늦추는 큰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라고 하는 중요한 선택이 걸려 있는 올해에, 지역의 낙후된 산업의 장기적인 혁신기반을 구축하고 미래산업을 열어가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연구개발특구의 지역 유치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추진중인 광주연구개발특구는 장차 광주의 경제를 일으키고 전남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희망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데는 최첨단 기업에만 치중해서는 곤란하다는 점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흔히 대학교수들과 중앙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우리 경제의 살길은 첨단기술과 첨단산업뿐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그러나 최첨단기술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열어간다는 점에서는 중요하겠으나, 그것이 연구단계를 거쳐 산업화하고 상품화하는 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재원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당장 돈을 벌어주는 산업도 필요하다. 광주지역의 금형산업과 자동차부품산업 등이 결코 경시될 수 없는 이유라 할 수 있다.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산업들이 종종 배척되는데,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적인 유인을 이용한 환경관리시스템의 획기적 개선은 환경절대론적인 태도가 가져오는 우를 비웃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기업과 석유화학기업, 철강금속가공산업, 가전산업, 조선기업 등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거나 이미 진출한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데 도움을 주는 전략 수립에도 지역사회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공장부지가 좁아 외곽지역으로 이전을 원한다면 현재 부지의 용도변경을 통해서라도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지역이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과 풍부한 토지자원을 종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광주시는 광주지역에서만 대안을 찾으려 하고 전남도는 전남지역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면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 광주지역에 옮겨왔던 가전산업의 주력부대가 경제성을 이유로 주요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상을 안타까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희망적인 것을 찾는다면, 제조업과는 다른 대체산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체산업으로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고급 서비스업이다. 보건, 의료는 물론이고 운송, 보관, 금융, 회계, 무역 등 기업서비스가 이에 속한다. 호텔과 숙박, 오락산업 등도 더 이상 퇴폐향락산업이 아닌 생산적이고 창조적 행태로 탈바꿈하여 관광과 기업서비스 산업에 연결되어야 한다.
제조업 중시 풍조에서 서비스업은 규제를 많이 받아왔고 비교역재 상태를 오래 지속하여, 이해집단들의 개방에 대한 강한 저항으로 서비스의 질이 낮고 생산성도 낮다. 그 결과 서비스 가격은 일본보다도 비싼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에 따라 높아진 소득으로 고급서비스를 찾는 국내 고객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여 국내 고객들이 해외로 빠져 나간 결과, 여행수지 및 서비스 무역역조는 날로 커지고 있다.
광주에서도 업종만 잘 선택하면 서비스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 바로 콜센터다. 주요 기업들이 광주에 콜센터를 설치해 일군 고용창출 효과가 근래에 자동차부품산업이나 가전산업보다 높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보통신사회에서 거리 소멸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을 잘 찾는다면 우리의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웅변해줄 것이다.
손용엽<전남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