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1년 내내 정쟁만 일삼다가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 수백 개의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킬 때면 세비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의원들이 국정 감사장에서 온갖 비리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정을 감시하고 비판할 때는 밥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국감에서도 여러 가지 비리 실태가 폭로되었는데 여전한 것은 모든 분야에서 일상화된 제 식구 챙겨주기가 전혀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한번 보자. 공기업인 한국 철도공사가 2005년 출범 이후 누적부채가 10조원에 이름에도 직원 가족, 공사 퇴직자들에게 공짜 승차권 109만장 144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공기업인 한국 전력공사가 자회사 및 퇴직 직원들이 설립한 영리기업에 수의계약을 몰아주거나 제한 경쟁계약을 맺어 제 식구 챙기기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퇴직 직원들이 설립한 한 업체에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52건의 수의계약을 주어 다른 업체는 도외시하고 이 업체에 계약을 몰아주었고, 자회사에 지난해 1천540억 원, 올해 8월까지 1천520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금융 감독원이 2002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금감원의 2급 이상 퇴직자 61명 가운데 59명이 금감원 산하의 금융기관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안택수 의원은 “금감원은 퇴직대상자를 공직자 윤리법상 취업제한에 저촉되지 않도록 지방 출장소나 인력개발실로 발령을 낸 뒤에 산하 금융관련 기업체에 편법으로 감사에 앉히고 있다. 금감원은 감독기업체의 경영상태, 감사 임기, 급료 실태 등을 훤히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3년부터 지난 7월까지 검사 출신 42명과 판사 출신 9명이 취업제한 기간을 외면하고 삼성, 두산, SK 등 대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 윤리법 제 17조에 의하면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목적의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취업한 금감원의 고위급 퇴직자, 대기업에 취업한 검사, 판사들의 업무가 퇴직 전 금융기관이나 대기업과 업무 관련성이 있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이들이 퇴직 전 금융기관이나 대기업과 전혀 무관한 업무에 종사하여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었고 퇴직한 기관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그렇게 높은 직위나 연봉을 지급하고 채용하였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감독 및 수사기관의 고위 직급의 퇴직자가 많은 연봉을 받고 고위직으로 피감기관이나 대기업의 감사 및 법무팀 등에 취임한 것은 그들의 경험이나 지식을 살리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그들의 인적관계를 이용하여 감사나 수사에서 편리함이나 혜택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닐까.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사건 중 63%가 상고심 사건이고 이들의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일반 변호사의 40%와 비교도 안 되는 6. 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심리조차 하지 않고 불속행 기각을 당하지 않으려면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명의만 빌리거나 공동으로 선임해야 하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소리가 변호사들로부터 자주 들린다. 법조계에 전관예우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거의 모든 분야, 모든 사람에게 집단 이기주의, 제 식구 감싸기가 너무 만연되어 있다. 문제점이나 대책이 수없이 거론되어 왔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편법, 탈법적인 방법으로 교묘하게 계속되고 있다. 수사나 재판, 감사, 계약 및 인사 등 모든 분야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는 제발 학연, 혈연, 지연, 직장 선후배, 동기 의식을 떠나 법과 직업적 양심에 따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보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사명감을 갖자. 제 식구 챙기는 동안 성실하고 정직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피해를 보게 되고 정의가 사라지게 된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