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교류 이야기
2006년 11월 26일(일) 19:20 가가
문화란 지식과 관계된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고 인간의 생활과 관계된 영역에도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화를 어떻게 파악하건 문화의 각 영역에 대한 우열을 논할 수는 없다. 인문적 영역이 우세했던 그리스문화가 실용적 영역이 우세했던 로마문화보다 우수했다고 말하는 것은 인문과학자들의 아집일 란지도 모른다. 현대의 문화인류학자들이 전개하는 문화다원론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도 충분한 까닭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에 와서 서구사회 내에서 동양의 정신문화가 재평가받기 시작하는 것도 기존의 서구 산업문화가 자기반성적 측면으로 방향을 돌리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고등문화가 열등한 문화로 오히려 타락하기 시작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건, 각각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그 창조된 문화를 전파시키고 양육하는 사람들은 별개의 집단에 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산업문화 혹은 자본주의문화를 어떻게 비난하건, 역사 속에서 그들 상공인 집단이 문화의 발전에 끼친 역할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문화의 전파 기능을 담당했던 일정 계급이나 전사와 같은 집단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은 문화가 교류와 접촉을 통해 전파되고 더 새로운 고등 문화로 양육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따라서 접촉을 통해 그들이 만난 기존의 문화를 자신들의 재능과 미적 감각이나 문화적 취향 등을 접목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사회구조적으로는 사회 내의 서로 다른 집단들이 동일한 문화에 동시에 관여하고 있다는 바로 이점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의 요소가 잠재하게 된다.
분명, 상공인 집단의 문화적 성향은 예술가 집단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더라도 예술가들은 문화를 창조하는 여러 집단들 중의 하나에 포함될 뿐이고, 이들 예술가 집단의 사회적 기능은 문화의 전파나 양육과정 등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상공인들이 이미 창조된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행하는 교역의 과정에서 그것을 소개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떠맡게 되었겠지만 그 문화를 계속해 시장에 내놓기 위하여 그것을 양육해야하는 사회적 기능까지 자임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화를 시장에 묶어 놓고자 원하는 상공인 집단의 행위가 문화의 창조성을 말살하게 된다는 측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문화의 전파나 양육과정에서 나타난 상공인 집단의 기능은 흡사 꿀벌의 역할과 비슷하다.
이러한 사회적 기능과 함께 상공인 집단이 시장의 확대를 원하면서 통일된 근대국가의 출현에 기여했었다는 역사적 기능까지를 고려한다면 농민집단들보다는 훨씬 더 진보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문화가 가지는 역설적인 모습은 플라톤이나 노자 등이 말하는 고대 이래의 ‘유토피아’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이야기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대체로 작고 폐쇄된 공간을 설정하고 있다는 것과 도덕과 인간성을 중시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의 러시아와 중국에서 나타났던 공산주의는 ‘작은 공간’이라는 유토피아의 고전을 무시하는 잘못을 범했으며, 게다가 ‘폐쇄된 공간’은 현대 사회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도 또 다른 하나의 문화이긴 하겠지만, ‘유토피아’가 문화가 생성되는 자연과 인간의 섭리를 반(反)하는 문화로 변질하였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교류와 접촉을 부정하는 문화는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덕성을 잃어버린 ‘유토피아’도 이미 유토피아일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덕을 중시했던 그 문화 자체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 또한 반(反)문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도덕과 인간성은 어느 사회에서나 대단히 중요한 문화적 요소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공인 집단이 문화를 지배함으로써 생기는 비문화적 요소만큼 ‘유토피아’가 만드는 비문화적 요소도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요소가 다 인간의 사회 내에서 배제시킬 수 없는 중요한 문화 요소들이라는 사실이다.
전지용<조선대학교 교수>
현대에 와서 서구사회 내에서 동양의 정신문화가 재평가받기 시작하는 것도 기존의 서구 산업문화가 자기반성적 측면으로 방향을 돌리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고등문화가 열등한 문화로 오히려 타락하기 시작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건, 각각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그 창조된 문화를 전파시키고 양육하는 사람들은 별개의 집단에 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산업문화 혹은 자본주의문화를 어떻게 비난하건, 역사 속에서 그들 상공인 집단이 문화의 발전에 끼친 역할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문화의 전파 기능을 담당했던 일정 계급이나 전사와 같은 집단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은 문화가 교류와 접촉을 통해 전파되고 더 새로운 고등 문화로 양육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따라서 접촉을 통해 그들이 만난 기존의 문화를 자신들의 재능과 미적 감각이나 문화적 취향 등을 접목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사회구조적으로는 사회 내의 서로 다른 집단들이 동일한 문화에 동시에 관여하고 있다는 바로 이점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의 요소가 잠재하게 된다.
분명, 상공인 집단의 문화적 성향은 예술가 집단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더라도 예술가들은 문화를 창조하는 여러 집단들 중의 하나에 포함될 뿐이고, 이들 예술가 집단의 사회적 기능은 문화의 전파나 양육과정 등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상공인들이 이미 창조된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행하는 교역의 과정에서 그것을 소개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떠맡게 되었겠지만 그 문화를 계속해 시장에 내놓기 위하여 그것을 양육해야하는 사회적 기능까지 자임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화를 시장에 묶어 놓고자 원하는 상공인 집단의 행위가 문화의 창조성을 말살하게 된다는 측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문화의 전파나 양육과정에서 나타난 상공인 집단의 기능은 흡사 꿀벌의 역할과 비슷하다.
이러한 사회적 기능과 함께 상공인 집단이 시장의 확대를 원하면서 통일된 근대국가의 출현에 기여했었다는 역사적 기능까지를 고려한다면 농민집단들보다는 훨씬 더 진보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문화가 가지는 역설적인 모습은 플라톤이나 노자 등이 말하는 고대 이래의 ‘유토피아’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이야기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대체로 작고 폐쇄된 공간을 설정하고 있다는 것과 도덕과 인간성을 중시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의 러시아와 중국에서 나타났던 공산주의는 ‘작은 공간’이라는 유토피아의 고전을 무시하는 잘못을 범했으며, 게다가 ‘폐쇄된 공간’은 현대 사회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도 또 다른 하나의 문화이긴 하겠지만, ‘유토피아’가 문화가 생성되는 자연과 인간의 섭리를 반(反)하는 문화로 변질하였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교류와 접촉을 부정하는 문화는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덕성을 잃어버린 ‘유토피아’도 이미 유토피아일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덕을 중시했던 그 문화 자체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 또한 반(反)문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도덕과 인간성은 어느 사회에서나 대단히 중요한 문화적 요소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공인 집단이 문화를 지배함으로써 생기는 비문화적 요소만큼 ‘유토피아’가 만드는 비문화적 요소도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요소가 다 인간의 사회 내에서 배제시킬 수 없는 중요한 문화 요소들이라는 사실이다.
전지용<조선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