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부동산값이 요동치는 몇 해 동안 광주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동산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서울은 생활권 밖이었고, 강남의 집값이 오른다 한들 배가 아플 만큼 개인 정서가 메마른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광주에서 키우던 자식을 서울로 보내고부터는 서울의 부동산값 인상 소식에 자식 앞에 죄인과 같은 심정이 날로 커간다. 서울 진출의 경제적 장벽 앞에 대를 이어서 나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참여정부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특정 지역을 버블세븐 지역으로 정조준하여, 주택거래가격을 실거래가격으로 신고하게 하고 다주택 소유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며 주택에 대한 재산세 부담을 높이는 소위 수요억제정책을 여러 차례 발표하였다.
하지만, 버블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은 끊임없이 큰 폭으로 올랐고, 급기야 주택가격 상승 기세는 버블세븐 지역에서 수도권 전 지역으로 번지고 고급아파트에서 서민용 아파트로 확산됐다. 이 폭풍에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담당자들이 물러나고 정부는 공급확대 부동산정책에 눈을 돌렸다.
이러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광주에 사는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수도권 주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이해한다는 점이다. 인구와 물자의 이동이 활발한 이 시대에 서울과 지방을 별개로 보는 것이 이상할 수 있으나, 이번 정부의 주택공급확대정책에 대해 광주와 전남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한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용적률을 높여 서울도심의 다가구주택을 활성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급확대정책은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주택공급물량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한민국 인구의 5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상을 고착화시킴으로써 지역 불균형발전을 더욱 확실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토지의 형질을 바꾸고 주택 층수를 높이는 행위는 불가역적인 투자를 수반한다. 장래에 어떤 이유로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완화되고 주택가격이 떨어진다 해도 신도시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어렵고 빽빽한 도심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인구가 떠난 농촌의 황량한 모습을 자주 봐온 광주와 전남 사람은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나타나는 주택수요 증가 추세를 꺾기 위해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상한을 낮추고 개인별 대출총량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광주와 전남에 사는 사람이 서울에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이제 현금을 그만큼 많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의 진입장벽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지방에 사는 부자들에게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을지 모르나, 조그마한 봉급에 의지하여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가까운 장래에 가족의 서울 진출을 포기하거나 지금까지 모아놓은 자산들을 처분해야 한다. 그 결과 지방에 소재하는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길은 지방의 경제환경을 개선하는 과감한 정책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다. 주택 공급 확대는 신규 건설과 기존 주택의 거래 활성화로 달성 가능하다.
수요측면에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시중에 돈이 많아 유통되고 있는 유동성에 따른 현상이다. 1970년대 후반과 올림픽 이후, 그리고 2002년부터 시작된 주택가격상승은 국제수지 흑자로부터 비롯된 풍부한 유동성과 관련이 있다.
이자율만을 대상으로 하는 통화정책의 기준에 통화량을 추가하여 보다 밀접하게 유동성을 관리하는 정책이 부동산 가격인상 추세를 완화시키는데 데 기여할 것이다. 주택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한도의 규제는 돈 없는 서민과 수도권 진입장벽에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만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손용엽〈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