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노력하고 신중하게 임하면 가능성이 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EXPO) 유치가능성에 대한 국제박람회기구(BIE) 로세르탈레스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17일 여수를 방문해 외교관답게 현란한 수사로 지역민의 귀를 즐겁게 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세상의 이치다. 그런 상식을 외교적 수사로 슬쩍 넘어갔다. 그러나 경쟁국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필자가 예측한 것과 같이(광주일보 월요광장 6월 5일자), 모로코(탕헤르), 폴란드(브로츠와프)와 경쟁하는 3파전을 시사했다.
3파전이 전개되면, 여수 유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내년 12월에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될 사항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유리하지 않다. 왜냐하면, 중국 상하이와 경쟁한 2002년의 실패요인이 아직도 잠복해 있고, 로세르탈레스 총장이 유치성공의 핵심요인으로 지적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의 실패요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지적된 요인은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과 외교역량의 열세였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개최를 통해 중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킨다는 국가비전을 수립했고, 엑스포 유치를 국가의 제1과제로 추진했다. 반면에 한국은 국가계획으로 확정한 것이 고작이었다.
외교역량의 부족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외교공관이 설치된 국가는 57개국이었고, 중국은 76개국으로 우리가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게다가 당시의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 총리는 많은 BIE 회원국을 방문해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펼쳤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대선정국으로 인해 적극적인 유치외교를 펼치지 못했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다르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위원들의 개인적인 성향이 개최지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엑스포는 중앙정부의 훈령을 받은 외교관의 투표로 결정된다. 정부간 외교관계와 유치활동이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중앙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총리가 엑스포 개최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이를 지원할 범정부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총리는 대륙별·거점별로 시범적인 유치외교를 전개하고, 회원국에 주재하는 외교 라인을 독려해야 한다. 외교 라인의 활동 정도가 유치성공의 열쇠라는 사실은 2010년의 경험에서 얻는 소중한 교훈이다.
또한, 중앙정부는 외교 라인과 병립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과 연계해 홍보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유치위가 국내의 유수한 기업과 연계하지 못해 그 활동이 2010년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중앙유치위 활동의 강화를 위한 특단의 지원조치를 구체적으로 취해야 한다.
특히 유치활동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한국이 엑스포를 개최하는 이유’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회원국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여수의 강력한 경쟁도시인 탕헤르의 주제는 매우 분명하다. ‘하나의 세계를 위해 문화를 연결하는 세계통로’가 주제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며,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연결하는 통로를 강조하고 있다. 여수보다 설득력이 있는 주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는 내년 3월께 실시될 BIE 현지실사단에게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여수의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대한 청사진이 아닌 공사현장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 여수 중심의 남북 및 동서 교통망 확충을 위한 건설사업의 조기시행은 중앙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좋은 사업이 될 수 있다.
여수 EXPO의 유치성공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그렇게 많지 않다. BIE 총회가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로세르탈레스 총장의 지적처럼 중앙정부의 강력한 유치의지가 반영된 묘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이정록〈전남대 교수, 대한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