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달 28일 어머니가 거주하는 광주시 북구 운암2동에서 열린 불우이웃에 대한 위문품 전달식에 참석해 약간의 성금을 전달하고 격려사를 했다. 지난 1998년에 고향 광주에 가까운 순천의 검찰지청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부터 매년 추석 및 설날에 위문품 전달식에 참석하거나 위문금을 보내 동참해 왔다. 법무, 검찰의 기관장으로 근무할 때 각종 사회복지시설 위문 및 고아,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잔치 등 월 1회가량 불우이웃 돕기 활동을 했고 퇴임 후에는 내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세종의 젊은 변호사들과 틈틈이 용산의 무의탁노인 보호시설을 위문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봉사 활동을 해 오면서 많은 시민들이 자원봉사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움을 느꼈다. 특히 지난달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의 체험담을 들은 데 이어 그가 나에게 준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란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동안 나름대로 자원봉사활동을 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의 헌신적인 노력에 비추어 볼 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그와 같이 훌륭한 자원봉사운동가가 있고 많은 시민들이 여기에 호응하고 있는 것에 밝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현재 수십만의 국민이 자원봉사운동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려면 적어도 수백만 명이 참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서구나 북구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약하다고 비판받는 미국에서조차 전체 성인인구의 절반이 넘는 8천600만 명이 매주 2.5시간 이상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원봉사운동에 참여해야 하는가.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수출액, 국민총생산 등에서 세계 10위권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이 극심한 경쟁으로부터 낙오되어 실업자가 되는 등 양극화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선천적, 후천적 장애로 인해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소위 불우이웃이 약 500만 명에 이르고 그 중 100만 명이 청소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만일 이들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복지예산을 확보하여 지원하고자 한다면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많은 세금을 걷어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욕이 떨어지고 경제성장이 저하됨으로써 실업자가 증가될 것이다. 가장 좋은 사회복지대책은 경제를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많이 창출함으로써 국민의 완전고용상태를 이루는 데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발생할 낙오된 사람들을 위해 정부는 저소득서민층의 기초생활을 보장해줌으로써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주어야 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보호와 최근에 채택된 긴급복지지원제가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향후 경제 성장에 따라 복지 예산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단순히 그때그때의 일시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소모적 복지가 아니라 그들의 자활능력을 향상시키고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생산적 복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 지원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불우 이웃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우 이웃에게 모자라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필요만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어려운 이웃을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대규모 자원봉사운동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돈이 모여 경제적 부족을 메우고 나아가 함께 대화하고 놀이를 하며 청소하고 몸을 닦아 줌으로써 부모로부터, 자식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상처와 소외감을 씻어주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의 자원봉사운동 참여로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보완되고 봉사자 자신이 사랑을 베푸는 자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