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변호사에 우리말 달인 등극 화제
2025년 03월 09일(일) 19:50
최재봉 광주북부경찰 과장, KBS ‘우리말 겨루기 최강자전’ 우승
상금 일부 기부…“우리말 미래 위해 학교에 독서 과목 생겼으면”
경찰대 수석 입학, 변호사, 그리고 ‘우리말 겨루기 최강자’…. 하나만 갖기도 힘든 수식어를 모두 갖고 있는 이가 있다. 최재봉(41·사진) 광주북부경찰 여성청소년과장이 그 주인공.

해남군 현산면 출신인 최 과장은 초등학생 때 광주로 이사 와 경양초, 광주 진흥중·고를 졸업했고 2002년 경찰대에 수석 입학했다. 올해로 20년 차 경찰인 최 과장은 지난 2021년에는 로스쿨에 입학, 지난해 변호사 자격까지 획득했다.

최 과장은 지난 1월 6일 방송된 KBS 1TV 연말특집 ‘우리말 겨루기 최강자전’에서 우승컵을 안았고 3월 초 KBS ‘아침마당’에 출연, 특이한 경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 과장의 ‘우리말 겨루기’ 참가는 2017년 ‘근로자의 날’ 특집 때 전남경찰청 동기의 권유로 시작됐다. 당시 특별히 따로 공부하지 않고 기존 실력으로 도전해 2등을 차지했고 이후 제54대 달인 기록까지 세웠다. 어렸을 때부터 국어 과목을 좋아했던 최 과장은 우리말, 우리 단어가 주는 재미가 크다고 강조한다.

“무작정 사전을 여러번 읽기보다 뜻풀이를 적어놓고 단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연상 능력이 향상돼 스피드가 생명인 순간에 큰 도움이 되죠. 우리말 사전을 보면 재밌는 말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성낼 일이 있어도 덤덤하게 행동하는 이’를 일컫는 ‘물신선’과 같이 생경한 단어들이지요. 사전에 등재된 속담이나 관용구는 수천 년 전 선조들의 생각이 정제돼 있어 지금의 제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왕중왕전 우승 상금으로 받은 7000만 원은 뜻깊게 사용했다.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오랫동안 돌봐준 장인에게 새 차를 선물했고 일부 금액은 평소 후원하던 기관에 기부했다.

최 과장의 언어 사랑은 우리말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6개월 연수했던 시기 배웠던 베트남어, 영어는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현재는 가족들과 중국 여행을 가기 위해 중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최 과장은 로스쿨에 입학, 또 다른 꿈을 키웠다. 경찰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하기 시작했을 즈음 5교대로 경찰 근무 제도가 변경되면서 일과 학업의 병행이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권한이 넘어온다는 건 그에 따른 책임도 커진다는 뜻이죠. 검찰과 법원에 있는 사람들 모두 사법시험 합격자들이라는 점에서 경찰 조직 내부에도 법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업을 듣기 위해 광주에서 익산으로 향했던 최 과장의 로스쿨 4년은 치열했다. 졸업 후에는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민하기 전에 일단 시작하는 것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첫 발을 떼고 나면 이전에는 몰랐던 방법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말 사용에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우리말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최 과장은 “과거에는 어린 시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오늘날은 수학 등 학습 위주로 이뤄져 인지능력은 발달해도 어휘구사력은 낮아지고 있다”며 “사람의 언어 수준은 내가 보는 책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의 교과과정에 독서가 별개 과목으로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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