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스펙트럼’(S.P.E.C.T.R.U.M) 제시

‘여행하는 인간’(Homo Viator)은 호모 사피엔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여행을 떠나는 까닭은 뭘까? 어쩌면 문득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인간의 본성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2025년 ‘나’는 어떤 여행을 꿈꾸는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패턴이 바뀌었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다니기보다 여행자의 개성과 취향을 중시한다. ‘한국관광공사’와 ‘부킹 닷컴’에서 꼽은 ‘2025년 주목할 여행(관광) 트렌드’를 살펴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달라진 여행·소비패턴을 반영해 새해 관광트렌드로 ‘스펙트럼’(S.P.E.C.T.R.U.M)을 제시했다. 영어로 표기한 트렌드의 첫 글자를 따 조합한 것으로 ‘한층 더 개성적이고 다채로워진 여행의 색채’라는 의미를 담았다.

▲지역의 관광산업 기반 구축노력(Sustainable Regional Tourism Efforts)=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돌파하는 ‘초(超)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코레일의 ‘지역사랑 철도여행’ 상품 등 인구감소지역 지역관광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반려동물 친화관광 확장(Pet-Friendly Tourism)=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블루 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펫코노미’(Pet+Economy)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 수요도 늘고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다가오는 펫코노미 2.0시대, 펫 비즈니스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2억 달러에서 오는 2032년 152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에 맞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영희’ 조형물(2024년 12월).

▲한류(韓流)산업 확장 및 다변화(Expansion of Hallyu Industry)=로제(ROSE)의 ‘APT’, 드라마 ‘오징어 게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K-팝 등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이 불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도 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3년 외래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방한관심 계기는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32.1%), 한국 전통문화를 접하고 나서(31.1%)였다.

▲미식(味食)여행(Culinary & Gourmet travel)=누구나 낯선 여행지에 가면 식도락을 즐기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이 된다. 한국을 찾은 외국 여행자들은 ‘만족한 활동’으로 식도락 관광(60.9%)과 쇼핑(60.2%)을 꼽았다. 지역 핫플레이스 맛집과 시골 5일장 ‘장터 맛집’ 등 미식여행은 다채롭다. 광주 ‘빵과장미’ 등 빵집을 찾아가는 ‘빵지 순례’도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범용화된 AI기술 활용(Tech-Driven AI Advancements)=여행자는 떠나기 전 여행지를 선택하고, 비행편·숙소를 예약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렇지만 AI(인공지능) 기반 여행서비스를 활용하면 새로운 여행의 세계가 열린다. AI 여행 플래너는 맞춤형 여행 일정을 작성해주며,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또한 AI를 활용해 고객에게 최적의 숙소를 제공한다.

고대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인 중국 돈황 명사산에서 낙타 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

▲웰니스 치유여행 개인맞춤화(Revitalizing Wellness&Healing Travel)=2023년 기준 ‘기대수명’(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은 83.5세다. 오는 2030년의 기대수명은 85.5세로 예상된다.(통계청 ‘장래인구 추계’) 그런 만큼 ‘웰 에이징’(Well-aging·건강한 노년)이 어느 때보다 중시된다. 자연과 숲, 뷰티·스파, 한방, 힐링·명상 등 치유를 위한 공간은 다양하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개인편리성 강화(Unprecedented Digital Transformation)=전방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카페와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려면 대면 주문 대신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이용해야만 한다. ‘IT 강국’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의 간편결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 폰에 탑재된 실시간 통·번역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언어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로컬리즘 추구(Meaningful Local Experiences)=‘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신의 여행 취향에 맞는 소도시를 찾아가는 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소도시들은 소설이나 시,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해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현지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지역 고유의 향토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지역밀착형 관광’이다. 또한 로컬 관광은 쇠락해가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쿠바 하바나 대성당을 찾아 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

부킹닷컴 ‘상속대신 여행’등 9대 여행트렌드

글로벌 온라인여행사 ‘부킹닷컴’은 지난 1월 ‘2025년 주목할 만한 9대 여행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번 여행 트렌드는 지난해 여름, 앞으로 12~24개월 이내에 출장 또는 여가 목적으로 여행할 계획이 있는 한국인 1004명을 비롯해 전 세계 33개국 2만7713명의 여행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야간 관광(Noctourism)=기후변화에 따라 서늘한 곳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밤 시간대 여행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햇볕이 강하지 않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한국 59%, 글로벌 57%), ‘밤’(한국 48%, 글로벌 54%)에 관광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개기일식과 같이 희귀한 우주이벤트와 은하수, 오로라 등 천문 관련 여행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수 웰니스 여행(Passport to Immortality)=여행의 의미가 전통적 ‘단순한 휴식’을 넘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여정’으로 거듭난다. 기존 여행이 일시적인 건강효과를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보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 방점을 찍는다. 한국 46%, 글로벌 58%가 ‘수명 연장과 웰빙증진을 목적으로 한 여행’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출국하려는 인파로 북적거리는 인천 국제공항.

▲기술을 더한 책임감 있는 여행(Aiternative Itineraries)=한국과 글로벌 여행자들의 40%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하는데 관심을 보였다. 소셜미디어에 여행지를 태그를 붙이지 않는 것도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다. ‘AI 여행 플래너’와 같은 AI 기반 도구는 지역 커뮤니티를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여정에 도움을 준다.

▲상속 대신 여행(Multigen Megatrips)=새해 새롭게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 트렌드로 주목받는다. 응답자 절반(한국 50%, 글로벌 46%)이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대신 그 돈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을 함께 떠나겠다고 답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자녀나 손주)의 여행비용을 대신 지불하려는 경향(한국 87%, 글로벌 78%)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웰니스 여행(Boyz Ⅱ Zen)=아버지와 형제, 친구 등 남성들끼리 함께 여행을 하면서 유대감을 강화하고 심신을 힐링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남성 여행자들은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한국 44%, 글로벌 29%)하고, ‘휴식과 재충전’(한국 50%, 글로벌 30%)을 위해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액티브 시니어 여행(Ageless Adventures)=베이비 붐 세대 여행자의 4분의 1(한국 19%, 글로벌 23%)이 모험을 동반하는 휴가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여행자 50%가 ‘익숙하고 편안한 삶을 벗어나 젊은 시절의 자유분방함을 되찾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33개 조사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모험에 늦은 나이는 없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안개에 싸인 파리 에펠탑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

▲포용적 여행(Neuroinclusive Navigation)=신경발달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행자의 절반이 여행 중 부정적인 경험을 했으며, 여행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고 답했다. 또 공항과 호텔 등지에 심리안정실을 갖추거나 여행 전반에 ‘소음차단’ 옵션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앞으로 ‘여행자와 플랫폼, 운영자간 긴밀한 소통’과 ‘보다 포용적인 여행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빈티지·가성비 쇼핑 투어(Vintage Voyaging)=‘코로나19’ 이후 여행자의 소비 패턴 또한 변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 여행자들 역시 ‘올다아무’(올리브영, 다이소, 아트박스, 무신사)를 찾아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쇼핑을 즐겨 하고 있다.

▲공항으로부터 시작되는 여행(The Gate Escape)=일부 공항이 내부에 탑승 전에 이용할 수 있는 ‘수면 포드’와 ‘스파’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면서 공항의 개념마저 달라지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공항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고르고 싶다고 답했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