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박람회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09월 18일(월) 00:15
목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문학을 주제로 박람회를 개최하는 도시다. 문학을 모티브로 박람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발상이다. ‘목포는 항구다’라는 말을 ‘목포는 문학이다’라는 명제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다. 그만큼 문학 거목들을 많이 배출했는데, 특히 ‘근대문학의 선구자’라 일컫는 작가들의 면면은 자못 화려하다.

김우진(1897~1926)은 우리나라 연극에 근대극을 최초로 도입한 극작가다. 태어난 곳은 장성이지만 11세 때 동학운동 여파로 가족이 목포로 이주했다. 기존 신파극에서 탈피해 사실주의 연극에 토대를 둔 활동을 전개했다. 박화성(1903~1988)은 우리나라 최초 장편소설을 집필한 여성 작가로 일제강점기 기층민의 참상을 풍부한 어휘로 형상화했다.

사실주의 연극을 확립한 차범석(1924~2006)은 극작가 외에도 연출가, 방송작가로도 족적을 남겼다. 극단 ‘산하’를 창단해 기라성 같은 연기자들을 배출했다. ‘평론은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깨고 산문 형식의 글을 선보인 김현(1942~1990)의 활약도 눈부시다. 그의 문학적 자장은 오늘의 후배들에게까지 미칠 만큼 비평적 성과가 크다.

목포문학관 등지에서 지난 14~17일 펼쳐진 문학박람회가 막을 내렸다. 대부분 지자체 축제가 특산품, 상징물을 주제로 열리는 상황에서 문학을 모티브로 박람회를 연 목포시의 발상이 신선하다. ‘작가를 꿈꾸는 문학 유토피아’라는 주제로 전시를 비롯해 공연 등 120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목포문학 거목 4인의 예술세계에 초점을 맞춘 문학제와 학술대회에 문학인과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사실 ‘문학이 모든 예술의 기본’이라는 말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고전적인 명제다. 예술 작품을 해석하거나 텍스트화 하는 데 있어 문학을 능가할 장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의 확대, 융복합 양상이 가속화되면서 문학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인간 내면을 가장 진솔하면서도 다층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장르로 문학만한 게 있을까 싶다. 이 가을 학창시절 꾸었던 문학소년·소녀의 꿈을 잠시 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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