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빨리빨리 공사 아파트 붕괴 벌써 잊었나
2022년 12월 22일(목) 00:05
올 한 해 광주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로는 ‘화정아이파크 붕괴’가 맨 먼저 꼽힐 것이다. 지난 1월 11일 이 아파트 201동 건설 현장에서 신축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현장 작업자 여섯 명이 숨졌다. 철거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7개월만이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잇따라 일어난 후진국형 사고는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정부와 경찰은 화정아이파크 사고를 콘크리트 양생 불량, 무단 공법 변경, 부실한 시공 관리 등이 맞물려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규정했다. 기준에 못 미치는 강도의 콘크리트를 6~10일 만에 타설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겨울철 콘크리트가 굳는 데는 3~4주가 걸리는데도 일주일에 한 층씩 세워 올린 것이다. 시공사 측은 골조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창호·타일 등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도록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작업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붕괴 사고의 주된 원인이 ‘빨리빨리 공사’였던 셈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이런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광주일보의 현장 확인 결과 지난 20일 남구 봉선동 한 신축 주택 건설현장에서는 양생포를 덮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영하의 한파 속에 전날까지 내린 폭설이 채 녹기도 전에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진 것이다. 서구 쌍촌동의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도 골조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채 창호 시공과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었다.

빨리빨리 공사가 횡행하는 것은 건설업체 입장에선 기간을 단축할수록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설계 단계부터 작업별 적정 공사 기간 산정을 의무화하고, 발주처·시공사·감리 등 공사 주체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지난 2020년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에 이러한 내용이 담겼지만 여태껏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를 포함해 불법 재하도급 처벌 강화, 부실 감리 방지 등을 담은 관련 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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