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독병원 설계 ‘원이삼’ 선교사 한국인 됐다
2022년 02월 24일(목) 20:10
법무부, 특별공로자 국적 수여
1965년 정부 초청으로 입국
미8군 평택기지 건설 등 참여
기독교 역사 도서·자료 기증도

원이삼(왼쪽에서 두 번째) 선교사 등 특별공로자들이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전달받고 있다. <법무부 제공>

광주기독병원을 설계·시공한 웬트워스 주니어 웨슬리 존(86·한국명 원이삼) 선교사가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법무부는 24일 특별공로자 국적 수여 10년째를 맞아 오랫동안 국내에서 활동하며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해온 외국 종교인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수여했다.

미국 출신인 원이삼 선교사는 지난 1965년 건설 엔지니어 정부 초청(A-3)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1968년까지 광주기독병원을 설계·시공했다.

광주기독병원은 광주 시민들에게 뜻깊은 장소다. 1905년 광주제중원에서 시작해 우월순 선교사 등이 한센병, 결핵 등을 진료했다. 광주제중원은 1968년 원이삼 선교사의 설계를 따라 병원 건물을 증축하고 종합병원으로 발전, 1970년에 재단법인 광주기독병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광주기독병원은 1980년 5월 당시 부상당한 시민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한 민주의료 현장이다. 당시 광주기독병원 의료진들은 계엄군의 발포로 한꺼번에 밀려든 부상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힘썼다. 또 부상자들에게 수혈할 피가 부족해지자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헌혈에 동참했던 현장이기도 하다.

원이삼 선교사는 광주기독병원 시공 이후 1977년까지 서울·수원·군산 지역에서 상·하수도 시설을 설계했으며, 2002년까지 미8군, 평택 미군기지 건설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03년에는 특정 활동(E-7) 자격으로 재입국해 기독교 역사 등 서적 및 자료를 한국에 제공했다. 해외 석학을 초청하고, 기독교학문연구회 설립을 주도하는 등 기독교 역사·학문 전파에 도움을 줬다.

2004년에는 고신대학교 명예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에는 한국기독교 학교 연합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원이삼 선교사는 “50여 년 동안 살아오면서 한국은 내 집이 되었다”며 “내 인생 여정에 대한민국 국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럽고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갈 크리스티나 에벨리나(45) 수녀, 타망 다와 치링 스님(45·법명 설래)도 한국 국적을 받았다. 루마니아 출신 에벨리나 수녀는 2007년 입국해 의정부·안양·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에서 이주 노동자와 이주 아동들을 위한 쉼터 설립 및 지원체계 구축에 힘썼다. 네팔 출신 설래 스님은 2007년 양주 석굴암의 초청을 받아 수행 목적으로 입국, 정릉 봉국사에 네팔 법당을 마련해 네팔 이민자들의 원만한 국내 적응을 도왔다.

특별공로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은 기존의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함께 보유할 수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특별공로자에 대한 국적증서 수여식을 통해 국가 간 우호와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소통과 이해를 넓혀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