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의 삼대 황석영 지음
2020년 06월 12일(금) 00:00
작가 황석영이 일제 강점기부터 100년 근현대사를 다룬 장편 ‘철도원 삼대’를 펴냈다. 원고지 2000매가 넘는 분량의 소설은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생생한 캐릭터, 아울러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역사와 허구, 현재와 과거, 사료와 옛이야기를 오가며 풀어내는 작가의 입담은 장편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황 작가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보듯 소설은 남과 북 이념을 뛰어넘는 사람에 관한 서사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것은 한반도 100년을 반드시 이야기로 완결하겠다는 의지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현재는 남과 북의 관계가 뒤틀려 있지만 언젠가는 남과 북을 잇고 대륙을 건너는 철도를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묘미가 있다. 작품은 이백만, 이일철, 이진오의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의 시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종손이자 노동자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이다. 해고를 당한 이진오는 발전소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그는 페트병 다섯 개에 죽은 이들의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에게 말을 걸며 고통의 시간을 견딘다. 그는 증조할머니 ‘주안댁’, 할머니 ‘시금이’, 어린 시절 친구 ‘깍새’, 노동자 친구 ‘진기’, 크레인 농성을 버텨낸 노동자 ‘영숙’을 불러내는 동안 지금까지 이어져 자신에게 전해진 삶의 의미를 생각한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하였다. 또한 이것은 이지러지고 뒤틀리고 하면서도 풍우의 세월을 견뎌온 한국문학이라는 탑의 한 부분에 돌 하나를 끼워넣는 작업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창비·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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