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미술사 100년
2020년 06월 05일(금) 00:00
한국미술-19세기부터 현재까지
샬롯 홀릭 지음·이연식 옮김
익숙한 시선이 아닌, 전혀 다른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면 예기치 않은 발견을 하게 된다. 내부자적 시각이 아닌, 외부자의 시각으로 연구와 관찰이 이어지면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의견을 만날 수 있다. 100여년에 걸친 한국미술사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샬롯 홀릭의 ‘한국미술-19세기부터 현재까지’는 ‘바깥의 시선’으로, 역사의 격변을 헤쳐 온 한국미술을 다채롭게 들여다 본 책이다

외국인이 방대한 한국미술사를 주제로 책을 썼다면 역시 저자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런던 소아스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인 샬롯 홀릭은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한국미술사를 가르친다.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한국관 큐레이터를 역임했고 지금은 영국 한국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 고려대 국제하계대학 프로그램에서도 한국미술사를 강의중이다.

저자는 ‘정체성’라는 키워드를 놓고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한국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구한말 수묵화, 초창기 유화 작품과 작가부터 현재의 양혜규, 임민욱까지 다양한 작가를 아우른다. 책은 사전식 기록이 아닌 한국미술의 중요한 출발점과 새로운 방향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사건, 예술가,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의 향토색 논쟁, 북한미술, 단색화를 둘러싼 논쟁 등도 가감없이 싣고 있다.

1장 ‘근대 초기의 미술과 전시’에서는 조선이 파리 국제박람회에 참가하던 시점과 조선미술전람회의 설립 등에 대해 다루며 2장 ‘새로운 미술을 찾아서:일제 강점기의 화가들’ 은 미술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미술 교육제도와 당시 활동하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3장 ‘미술,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북한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형성’에서는 북한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4장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의 추상회화’에서는 추상표현주의와 1970년대를 지배한 단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의 미술과 정치’에서는 주류로 떠오른 민중미술과 대규모 문화프로젝트인 광주비엔날레,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설치 등에 대해 탐색하며 마지막 장 ‘형식과 내용을 논하다:1980년대와 2000년대의 미술’에서는 새로운 시각언어, 파격적인 기법, 도발적 퍼포먼스, 설치작업 등 변화무쌍한 한국 미술계를 들여다본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 내부 사진 등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다양한 사진과 한국미술사의 대표작을 망라한 도판과 전시 현장 사진들을 보는 즐거움도 큰 책이다.

책을 번역한 미술사가 이연식은 ‘한국미술에 대한 호의적이고 열정적인 관찰자인’ 저자가 ‘친숙하면서도 낯선 시선으로 한국미술을 바라보고 서술하는 방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재승출판·3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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