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 위의 책
2020년 05월 15일(금) 00:00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이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역사 속엔 수많은 전염병이 등장한다.

신라 승려 혜통(惠通)이 활동하던 당시에도 괴질이 창궐했다. 혜통은 당나라 황실의 공주의 병을 고쳐줬는데 괴질이 원인이었다. 몸 안에 있던 괴질은 이무기로 변해 신라 경주에까지 도망쳐, 닥치는 대로 사람을 헤쳤다. 그리고는 정공이라는 인물의 집에 있는 버드나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왕이 정공 집 앞을 지나게 돼서, 관리가 버드나무를 자르려 했다. 정공은 “차라리 내 목을 벨지언정 이 나무를 자르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정공은 죽게 되고 그의 집마저 묻힌다.

삼국유사를 오늘의 관점을 읽어낸 책이 발간됐다.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펴낸 ‘모든 책 위의 책’은 이 땅에서 살아온 이들의 삶을 오늘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삼국유사 시리즈인 ‘스토리텔링 삼국유사’를 집필중인 저자는 1차분 다섯 권을 낸 바 있다.

일찍이 저자는 ‘삼국유사’를 “정년 우리 역사를 지식인의 역사에서 민중의 역사로, 사대의 역사에서 자주의 역사로 바꿔놓은 책. 우리 문학을 지식인의 문학에서 민중의 문학으로, 사대의 문학에서 자주의 문학으로 바꿔놓은 책”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번 책은 ‘삼국유사’ 속 이야기 한 대목을 지금의 이야기에 더해 저자 일연의 심리를 헤아린다. 일종의 원저자와 현 저자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와의 상호 소통인 셈이다.

책에는 모두 40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만파식적과 가미카제’, ‘껍질을 깨고 허물을 벗고’, ‘바위를 굴려 얻은 아이’, ‘선화공주와 헤어질 시간’ 등 각각의 서사는 재미와 함께 일말의 역사에 대한 안목을 넓혀 준다. <현암사·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