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
2020년 05월 15일(금) 00:00 가가
2015년 단편 ‘아이젠’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했던 김남숙은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날것의 감성 혹은 타고난 감각”(소설가 조해진), “날카로운 이미지의 직관적 채집”(문학평론가 강지희)이라는 평을 받았다. 익숙한 일상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촉수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에 김 작가가 펴낸 ‘아이젠’은 강렬한 이미지로 불온한 생명력을 그리는 단편들이 담겨 있다. 표제작 ‘아이젠’을 비롯해 ‘파수’, ‘귀’, ‘이상한 소설’ 등은 오늘날 전망 없는 세대의 청년들의 삶 이면에 드리워진 실상과 욕망을 그린다.
등단작이자 표제작인 ‘아이젠’은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풍성한 결을 이루는 소설이다. 서사의 줄거리는 ‘나’와 ‘두치’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서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만 엇갈리는 두 인물은 일상적인 남녀의 관계와 유사하다.
나의 현재의 상황은 탈출구가 없을 만큼 어둡다. 예술에 푹 빠진 나머지 비현실적인 아버지, 그리고 사고로 인해 지능장애가 있는 언니가 곁에 있다. 군대에서 폭력적 질서에 시달리는 두치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사랑을 지속하기에는 현실은 말 그대로 사치일 정도다.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인물들의 사랑은 아버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맞물려 이색적인 서사와 느낌을 선사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떤 사람들은 실소하겠지만 나에게는 소설을 쓰는 것이 나를 어느 정도 개호할 수 있는 방법처럼 느껴진다. 나를 덜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한다. 소설 속 그들은 나를 떠나지 않을 테니까. 그렇기에 살아야지. 막 아니고 잘”이라고 말한다. <문학동네·1만3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등단작이자 표제작인 ‘아이젠’은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풍성한 결을 이루는 소설이다. 서사의 줄거리는 ‘나’와 ‘두치’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서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만 엇갈리는 두 인물은 일상적인 남녀의 관계와 유사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