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리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광주에서 보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마스크 쓰고 극장을 찾아준 광주 관객들 너무나 반갑네요.”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던 동구 서석동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지난 달 29일 ‘관객과 대화’(GV)가 오랜만에 열렸다. 지난 4월은 전국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이 100만명을 밑돌며 역대 월별 최저를 기록해 영화계에서 ‘잔인한 4월’로 꼽히기도 했다.

한껏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관객과 대화를 진행한 작품은 광주지역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한 장편 ‘바람의 언덕’(감독 박석영) 이었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잇따라 초청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던 이 작품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개봉까지 6개월의 공백을 가져야 했다.

‘바람의 언덕’ 주연을 맡은 정은경(왼쪽)·장선 배우.

우여곡절 끝에 지난 달 23일 개봉한 ‘바람의 언덕’은 TV와 라디오 등에 출연하고 입소문을 타며 순항 중이다. 이 작품은 엄마가 되는 것이 두려워 어린 딸을 버리고 자기 인생을 살았던 영분(정은경)이 세월이 흐른 후 성인이 된 딸(장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날 관객과 대화에서는 주인공 한희를 연기한 장선(33)씨가 진행을 맡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질문을 주고 받는 생소한 방식에도 장씨는 능수능란하게 토크쇼를 진행했다.

장씨를 포함한 ‘바람의 언덕’ 제작진은 지난 연말부터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이름을 붙여 전국 방방곡곡을 누벼왔다.

진주, 창원, 파주 헤이리마을, 대구, 강릉, 제주, 청주, 서울, 목포, 광주 등 12곳의 관객 800여 명이 이 작품을 미리 만났다. 이달 예정된 로드쇼도 서울과 강릉 등 7차례에 달한다.

영화 ‘바람의 언덕’ <영화사 삼순 제공>

장씨는 이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이 작품과 인연은 장편 ‘소통과 거짓말’로 첫 주연을 맡았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이 영화로 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박석영 감독을 만났는데 언젠가 꼭 함께 영화를 찍자는 약속을 했었죠. 감독님은 3년 동안 필라테스 강사를 했던 저를 염두하고 ‘바람의 언덕’ 시나리오를 집필한 터라 제게 꼭 맞춰진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첫 영화 이후 6편의 필모그래피를 지닌 그는 연기를 전공했으며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30편이 넘는 연극 무대에 섰다.

“모녀간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린 영화라 어머니와 함께 영화를 보기 힘들었어요. 울음을 참기 위해 어머니가 영화를 볼 동안에는 극장 밖에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광주 개봉을 축하하기 위해 서창에 사시는 저희 할머니는 동네 이웃분들을 모시고 단체 관람을 왔어요.”

장씨는 관객과 대화를 단순히 홍보 수단이 아닌 ‘토론의 장’으로 정의했다.

“GV에서 다양한 감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영화 촬영지에 가본 적 있다는 할머니의 경험담을 듣거나 주인공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 토론을 벌이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엄마와 딸 사이 이야기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소재라 더욱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지만 여건이 되는 대로 극장을 찾아준 관객의 소중한 발길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