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제1호 공공후견인이 탄생했다.

86세 무연고 어르신의 후견인으로 나선 민병애(여·67)씨다. 민씨는 40여년 동안 광주·전남 지역 세무 공무원으로 활동하다 최근 퇴직했다.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을 치렀고, 이 때 요양원에서 치매 어르신을 만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어르신들을 보니 내 자신이나 부모님, 친구 등 누구든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같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민씨는 앞으로 3년동안 가정법원에서 정한 공공후견인 업무를 맡게 된다. 주택임대 등 계약 체결을 돕고, 의료서비스·사회복지서비스 등을 대리 신청해 준다. 계좌이체·예금관리 등 금융업무, 주민등록·가족관계증명 등 서류 관리도 지원한다.

“행정업무가 중심인 만큼 다소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요. 요양보호사가 일상을 돕는다면, 저는 법적 책임을 대신해 도움을 드리는 거죠.”

공공후견인이 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먼저 공공후견인 선발 기관에서 진행하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후보자 양성 교육 과정을 40시간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공공후견인 후보자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후보자가 되면 치매안심센터 사례회의를 통해 돌봐야할 치매 어르신을 찾아야 하며, 이후 가정법원 후견인 청구 절차를 거쳐 재판부의 승인을 얻어야 후견인으로 선정된다.

“퇴직하기 전에는 치매 어르신 복지에 큰 관심이 없었던 만큼 치매 환자에 대해 잘 몰랐지만, 40시간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요. 치매환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교육이었어요. 교육과정에서 공공후견인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지요.”

민씨가 담당하는 어르신은 알츠하이머를 10여년 동안 앓고 있는 무연고자다. 병세가 중증으로 악화돼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평생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어르신의 후견인이 된다는 건 민씨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어색함과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민씨는 후견인으로 지정되기 전 치매안심센터 직원과 함께 어르신 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광산구 치매안심센터 직원과 함께 방문해 부담이 덜했어요. 덕분에 ‘어떻게 하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지요.”

민씨에 따르면 광주 각 구마다 공공후견인 후보자는 많이 있으나, 정작 공공후견인으로 발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피후견인을 찾는 조건이 까다로운 탓이다. 치매 진단을 받은 만 60세 이상 어르신 중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부양하는 가족이 없어야 하는 등 조건이 있다.

“어르신들이 공공후견인 제도를 많이 활용해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매 어르신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법적권리를 지켜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무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온 경험을 잘 활용해 어르신과 잘 소통하고, 후견인 역할을 잘 수행하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