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영어 공부 할머니’가 거액의 현물 장학금을 대학에 기부했다.

광주에 사는 장경례(93) 할머니가 지난 10일 전남대를 찾아 정병석 총장에게 2억여원 상당의 부동산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장 할머니는 “내 생애 마지막 숙제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그는 “홀로 자녀를 키우며 문중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장학금 명칭을 문중과 남편 이름을 따 ‘평강채씨 채규빈 장학금’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장 할머니는 47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기리기 위해 장학금을 기부했다. 장 할머니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가정형편상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다.

장 할머니는 90세에 영어 공부에 나서 화제가 됐다. 눈에 띄는 학습 열정을 보여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장 할머니는 전쟁 직후, 외국 영화를 접하면서 영어 공부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하지만 1973년, 46세의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낸 뒤 여섯 남매를 도맡아 키우게 되자 공부를 하기 힘들어졌다. 장 할머니는 이 시기를 “평생을 엄마라는 중책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돌아봤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세월이 흘러도 식지 않았다.

그는 ‘실버 영어동아리’에서 최고령 학생으로 참가해 수업을 듣는 한편, 길에서 외국인을 마주칠 때면 스스럼없이 대화를 시도하며 영어를 연습한다. 집에서도 종이에 영어 단어를 써 벽에 빼곡히 붙이거나, 집안일을 하면서도 영어 문장을 되뇌이는 등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이처럼 의욕적인 학습 열정은 영어 외 다른 분야에서도 엿보인다. 장 할머니는 70세에 처음으로 운전을 배웠다.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해 한 번에 합격했으며, 지금까지 20여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하고 있다.

장 할머니는 “부동산을 팔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장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 총장은 “여사님의 따뜻한 마음이 장학생 한 명 한 명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며 “고인의 존함과 문중의 이름이 더욱 빛나도록 훌륭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