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코치님께서 ‘너희들은 자식들’이라고 말씀하셨다. 말씀대로 코치님을 아버지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걸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또 다른 아들들’이 아들을 가슴에 묻은 KIA 타이거즈 김민호 코치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25일 진행된 KBO리그 시상식에서 KIA 박찬호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도루왕’으로 시상대에 오른 박찬호는 수상 소감을 말하며 김민호 코치의 이름을 꺼냈다.

김 코치는 지난 23일 한화에서 투수로 활약한 장남 김성훈을 실족사로 잃었다.

김성훈은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으며 ‘야구인 2세’로 주목을 받은 선수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아버지. 그래서 김성훈은 ‘김민호 코치의 아들’로 먼저 알려졌다.

잠재력과 성실함으로 기회를 노린 김성훈은 프로 2년 차였던 지난해 7월 22일 삼성전에서 선발로 프로 데뷔전을 펼쳤다. ‘김민호 코치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반대로 ‘김성훈의 아버지’로 바꾸겠다는 김성훈의 꿈이 시작된 날이었다.

김성훈은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5.1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 역투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올 시즌 첫 등판에서는 아버지의 팀 KIA를 만나, 선발로 마운드에 서며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김성훈은 한화가 기대하는 ‘아기 독수리’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애틋하게 아들을 응원하고 지켜봤던 김코치는 허망하게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이에 박찬호는 김 코치의 아들을 자처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박찬호

이날 평균자책점 1위로 트로피를 받은 양현종도 “여기서 이루지 못한 꿈 하늘나라에서 펼쳤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홈런상 주인공 박병호(키움)도 “야구 동료였던 김성훈 선수와 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빈소를 찾아 아픔을 나눈 이들도 많았다.

각 팀 팬들이 조화를 보내 어린 선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한화 동료들은 지난 24일 구단 버스로 이동해 빈소를 지키고, 고인의 마지막길을 함께 했다.

KIA 선수들은 물론 롯데 민병헌도 홀로 걸음을 해 김 코치를 위로했고, 해외에 있던 김재호도 급히 귀국해 자정이 넘은 시간 마지막 선수로 빈소를 찾았다.

눈물로 김재호를 맞은 김 코치는 “앞으로 시간이 흘러가겠지만 어떻게 흘려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성훈이와 작별한 시간이 다가온다”며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갈 길이 먼데 빨리 일어나라”고 애제자를 걱정했다.

김 코치는 아들 같은 제자가 떠난 뒤에야 “성훈이랑 술 한잔하다가 옆에서 마지막으로 자야겠다”며 홀로 빈소에 앉아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어떤 말과 시간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빈자리지만 많은 선수가 ‘아들’이 되어 김 코치를 기다리고 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