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재미 그림 보는 즐거움
2019년 11월 15일(금) 04:50
매우 초록
노석미 지음
소개할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한 건 물론 작가 때문이지만, 책 표지와 제목도 큰 역할을 했다. ‘매우 초록’이라는 책 제목과 초록색 산을 배경으로, 초록색 숲으로 난 길을 지나는 자동차 한대가 그려진 표지를 보니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저자가 화가이니, 책 속엔 분명 그림도 담겨 있을테고 그러면 글도 읽고, 그림도 감상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다 싶었다. 책을 펼치며 즐거운 기대가 틀리지 않음을 직감했다.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개인 작업과 함께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등을 만들어온 화가 노석미가 펴낸 ‘매우 초록’은 ‘20대 후반 도시를 벗어나 초록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 산이 보이는 작업실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고양이 씽싱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살고 있는’ 그녀의 10년 기록이 담긴 그림 산문집이다.

이미 진솔하고 맛깔나는 글쓰기로 알려진 노 작가인 터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익명으로 살기 수월한 도시의 삶과 달리 사람들을 가까이 만나야 할 일이 많은 시골에서, 그것도 흔하지 않은 ‘화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빙그레 미소짓게도 한다.

80여편의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 책은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땅과 집’에는 경기도 양평에서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이야기 담겨 있으며 2부 ‘정원과 밭’에는 아름다운 6월의 장미와 토마토·마늘 농사, 잡초에 대한 단상, 수확의 기쁨, 월동준비와 봄에 대한 기대 등 계절의 순환을 담은 글이 실렸다.

3부 ‘동물을 만나는 일’에는 작가가 키우는 고양이 씽싱과 지렁이, 두더지, 야생동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4부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는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글과 귀농과 귀촌 등에 대한 단상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5부 ‘집과 길’에는 ‘혼자 사는 삶’, ‘소중한 1일’ 등의 글이 실렸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는 건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샹냥한 우체부’, ‘냉정한 평가를 하세요’ 등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는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진다. 표지로 쓰인 그림의 제목은 ‘사회적 의무&맑은 공기’다. <난다·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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