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김대현 위민연구원장·시사평론가] 정치인에게 부끄러움이란 없는 것인가
2019년 09월 23일(월) 04:50
‘618개’(2017년 기준). 고용정보원이 밝힌 대한민국의 직업군이다. 이중 연봉이 가장 높은 1위는 국회의원으로 1억 4000만원이다. 반면 그들이 속해 있는 집단인 국회의 기관 신뢰도는 2.3%라는 결과가 나왔다. 신뢰도는 ‘믿지 않는다’와 ‘지탄을 받는다’의 합계다.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셈이다.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말이다.

국민들이 국회를 가장 신뢰하지 않는다는 건 여러 원인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고액의 연봉을 받고 갖은 특권을 누리면서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회 본연의 임무인 법률 통과를 위한 입법 활동을 게을리하고(20대 국회 법안 발의는 2만 건, 통과 건수는 27%이다) 정부 정책을 감시 견제하기 보다는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의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 기능의 상당 부분이 행정부에 위임되고 입법부인 국회보다 행정부 법안 발의가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1948년 국회가 출범한 이래 70년이 지났지만 의사 진행이나 원내 토의, 사회적 갈등 해결 방식은 60년대 국회보다 못하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견해다. 더구나 한 해 500조 원 가까이 되는 예산안 심사를 미국처럼 일년 내내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15일 만에 졸속 처리하고 정쟁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에도 드러난다. 80년대 중반인 12대 총선 당시 투표율은 85%에 달했지만 그로부터 20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46%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 추세는 단순히 그해의 투표 결과가 아니라 80년대 이후 꾸준히 투표율이 떨어져 급기야 20년이 지난 뒤에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투표율 저하는 곧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며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심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한마디로 선거철이 다가오면 출마하는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만의 축제의 장이 되고 그중에 약간 명만 더 보태진 선거 결과로 국민 대표권이 주어진다.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소수의 지지율로 당선된 의원들이 과연 국민 대표권을 행사하는 게 맞느냐는 근원적인 절차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2019년 올 한 해만 보더라도 국회는 거의 열리지 않았고 일을 하지 않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속해 보니 본회의 기준으로 1~2월 두 달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3월은 아홉 번, 4월은 한 번, 5월 역시 0이다. 6월부터 9월 현재까지 총 10번 열렸다. 9개월 동안 총 20번의 본회의가 열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2018년 이맘때인 9월까지는 총 26번, 2015년에는 38번이 열렸다.

중간에 인사 청문회와 각 상임위별 활동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618개 직업 중 국회의원만큼 적게 일하고 대우받으며 권력을 행사하는 직업도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더구나 국회에서 9월부터 12월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국회 기간이다. 농사철로 말하면 수확의 계절로 집안의 강아지까지 나서 일손을 도와야 할 만큼 바쁜 철이다. 국회의 꽃이라는 국정 감사에서 법안 통과 예산안 심사까지 행정부 공무원들의 국회 출입이 가장 잦은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여야의 대립으로 문을 닫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행정부 공무원들은 국회 문턱에서 서성거리고 있고 산적한 민생 현안은 뒷전에 밀려있다.

국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도 불구하고 제1 야당 대표는 법무부장관 물러나라고 삭발을 하고 거리 투쟁을 선언했다. 정부 조직 18개 부처 중 하나인 일개 법무부장관 자리하나가 국회를 닫을 만큼 그들에게는 절박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빌미로 내년 총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쇼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국회 신뢰도 2.3%’를 기억한다면 삭발 대신 부끄러움에 몸을 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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