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경선, 대통령 만나 얘기”…윤장현‘가짜 권양숙’문자 268회
2018년 12월 11일(화) 00:00 가가
“시장님 꼭 재선해야 할텐데…이용섭 주저앉혔다” 등 허위 문자
윤 전 시장, 공천 탈락 후 돈 돌려받고 싶다는 취지로 연락해
검찰, 김 모 여인 사기·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적용 기소
윤 전 시장, 공천 탈락 후 돈 돌려받고 싶다는 취지로 연락해
검찰, 김 모 여인 사기·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적용 기소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10일 오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거액을 빌려주고 채용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광주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권양숙 여사’라고 사칭해 4억5000만원을 뜯어내고, 자녀 채용청탁까지 한 김모(여·50)씨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상대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10월까지 통화만 12차례, 문자메시지는 무려 268회나 주고 받았다.
휴대전화판매업을 했던 김씨는 자신 명의와 가족 명의 등으로 휴대전화 여러 대를 개통한 뒤 2차례는 권양숙 여사로 속여 통화하고, 나머지는 ‘권 여사(김씨 본인)’가 소개한 고 노무현 대통령의 혼외자를 양육하는 사람이라고 속여 사기행각을 펼쳤다. 혼외자 양육자 역할을 할 때는 자신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윤 전 시장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지난 4월 이후 “생활이 어렵다”는 등 돈을 돌려달라는 느낌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묵살 당했다.
10일 검찰이 사기범 김씨를 조사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 4억5000만원을 받고 취업 청탁을 한 이후에도 올 10월까지 권 여사 역할을 이어왔다.
김씨의 사기극은 지난해 12월 21일 윤 전 시장에게 ‘권양숙입니다. 딸 비즈니스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 빌려주면 곧 갚겠다’라는 첫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씨는 이후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 시장과 통화를 한 뒤 ‘광주 메신저’라며 또 다른 자신인 김모씨를 소개했다.
이후 윤 시장은 지난해 12월26일 대출을 받아 2억원을 본인명의로 김씨가 알려준 계좌에 이체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지인에게 빌린 현금 1억원을 비서에게 지시해 비서명의로 무통장 입금했다. 이어 올 1월 5일과 1월 31일에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을 대출받아 본인 명의로 송금했다. 윤 시장이 돈은 보낸 통장은 모두 김씨 어머니 계좌로 확인됐다.
권 여사를 사칭한 김씨는 이 과정에서 ‘조직 관리 자금이 필요하다. 이제 경선이 다가오고 있다. 전쟁이 시작될 거다’라며 공천을 염두한 듯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1월 초에는 ‘어제 추미애 당 대표에게도 전화를 해 광주 윤 시장 힘써달라 했다. 시정에만 신경쓰세요’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월 18일에는 ‘우리 시장님, 꼭 재선하셔야 할텐데. 어제 이용섭(현 광주시장)과 통화를 했고, 제가 만류했는 데 알아들은 것 같다”고 했고, 1월 말에는 ‘이번 생신 때 (문)대통령님을 조우해 말씀드렸다. 이용섭은 시장선거 불출마 하도록 주저 앉혔다. 큰 산을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생일은 1월 24일이다.
윤 시장도 이 같은 김씨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일부 호응하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직접 ‘공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선’ 등 공천을 염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윤 시장에게 수억원을 뜯어낸 김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지역 유력인사 몇몇에게 범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권양숙 여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칭해 ‘권 여사님 뜻이 제 뜻이다. 국가를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는 등의 허위 메시지를 보냈다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 모 인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또 이번 검찰조사에서 ‘자신이 미친 행동을 했다’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윤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수억원의 돈은 단 한 푼도 계좌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김씨가 승용차(수입차 2대)를 구입하는 등 생활자금으로 썼으며, 일부는 아들과 딸 명의 통장으로 송금했다. 또 최근 결혼한 딸의 집을 사는 데 보태는 등 혼수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입증될 경우 김씨 가족의 재산 중 일부를 범죄수익으로 보고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기 피해자인 윤 전 시장은 김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금을 직접 받아내야 한다.
검찰은 일단 실제 도와줄 능력이 있든 없든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김씨를 사기와 사기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시장에 대해선 일단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본 뒤, 나머지 혐의는 시간을 두고 추가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휴대전화판매업을 했던 김씨는 자신 명의와 가족 명의 등으로 휴대전화 여러 대를 개통한 뒤 2차례는 권양숙 여사로 속여 통화하고, 나머지는 ‘권 여사(김씨 본인)’가 소개한 고 노무현 대통령의 혼외자를 양육하는 사람이라고 속여 사기행각을 펼쳤다. 혼외자 양육자 역할을 할 때는 자신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윤 전 시장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지난 4월 이후 “생활이 어렵다”는 등 돈을 돌려달라는 느낌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묵살 당했다.
김씨의 사기극은 지난해 12월 21일 윤 전 시장에게 ‘권양숙입니다. 딸 비즈니스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 빌려주면 곧 갚겠다’라는 첫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씨는 이후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 시장과 통화를 한 뒤 ‘광주 메신저’라며 또 다른 자신인 김모씨를 소개했다.
1월 초에는 ‘어제 추미애 당 대표에게도 전화를 해 광주 윤 시장 힘써달라 했다. 시정에만 신경쓰세요’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월 18일에는 ‘우리 시장님, 꼭 재선하셔야 할텐데. 어제 이용섭(현 광주시장)과 통화를 했고, 제가 만류했는 데 알아들은 것 같다”고 했고, 1월 말에는 ‘이번 생신 때 (문)대통령님을 조우해 말씀드렸다. 이용섭은 시장선거 불출마 하도록 주저 앉혔다. 큰 산을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생일은 1월 24일이다.
윤 시장도 이 같은 김씨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일부 호응하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직접 ‘공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선’ 등 공천을 염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윤 시장에게 수억원을 뜯어낸 김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지역 유력인사 몇몇에게 범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권양숙 여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칭해 ‘권 여사님 뜻이 제 뜻이다. 국가를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는 등의 허위 메시지를 보냈다가 이를 이상하게 여긴 모 인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또 이번 검찰조사에서 ‘자신이 미친 행동을 했다’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윤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수억원의 돈은 단 한 푼도 계좌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김씨가 승용차(수입차 2대)를 구입하는 등 생활자금으로 썼으며, 일부는 아들과 딸 명의 통장으로 송금했다. 또 최근 결혼한 딸의 집을 사는 데 보태는 등 혼수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입증될 경우 김씨 가족의 재산 중 일부를 범죄수익으로 보고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기 피해자인 윤 전 시장은 김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금을 직접 받아내야 한다.
검찰은 일단 실제 도와줄 능력이 있든 없든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김씨를 사기와 사기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시장에 대해선 일단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본 뒤, 나머지 혐의는 시간을 두고 추가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