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성격을 규정하는 말로 흔히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를 꼽는다. 혼네는 본심, 다테마에는 겉으로 드러내는 마음을 의미한다. 자신의 속마음과 겉치레가 다른 일본인들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말이다.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본심과는 달리 겉으로는 예의와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인의 이중성·모순성을 꼬집는 단어이기도 하다.

최근 아베 일본 총리와 극우 내각들의 행동이 이 같은 이중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다시금 혼네와 다테마에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아베 일본 총리는 태평양전쟁 당시 호주의 다윈을 폭격한 과거사와 관련, 폭격 전몰자 추도비를 찾아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과 ‘화해’를 강조하는 외교적인 노림수일 것이다.

반면, 1900년대 초반 자신들이 식민지로 지배했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 강경 일변도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맞서 미국과 공조를 취하면서 무력행사 영구 포기와 전력 보유를 부정하는 일본의 평화헌법까지 수정하려 든다.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날 기미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에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최대 100대까지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은 1905년 7월 필리핀과 대한제국에 대한 서로의 지배를 인정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일본 도쿄에서 체결했다. 일본이 제국주의 열강들의 승인 아래 한반도의 식민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최근 아베 일본 총리와 극우 내각이 미국과 열강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화해’ 제스처를 쓰는 ‘다테마에’로 일관하면서, 피해 국가에 대해서는 강경 일변도로 ‘혼네’를 드러내고 있다. 국제 정세의 흐름을 틈타 또다시 과거 제국주의 모습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본의 혼네를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