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와 라돈 침대, BMW 차량 화재 등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 구제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손해를 배상받기 어려운 현행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대한 소비자 집단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현행 제도는 다수의 피해가 발생해도 공동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만 구제받을 수 있고, 민사 소송의 입증 책임도 소비자에게 있어 불합리하다”며 소비자 집단 소송을 이번 국회 회기 안에 법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 집단 소송은 피해자 한 사람이나 일부가 가해자(기업)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이 개별 소송 없이도 단일 판결로 모두가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전면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증권 분야로 소송 대상이 국한돼 있다.

이런 탓에 연비 조작 사실이 드러난 폭스바겐이 미국에서는 소비자 1인당 1100만 원을 배상한 것과 달리 한국 소비자에게는 100만 원 가량의 쿠폰만 제공해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비용 부담 등으로 소송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사업자는 이런 점을 이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로 더 많은 불법 이익을 얻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집단 소송은 소액·다수의 피해를 구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최근 “집단적 피해가 반복될 우려가 큰 분야에 집단 소송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집단 소송의 대상을 제조물 책임, 담합, 부당 표시 광고, 금융 소비자 보호, 개인 정보 보호, 위해 식품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국회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 더 이상 소비자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