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27명의 임금 중 연산군 다음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왕이 선조이다. 그 이면에는 임진왜란에 대한 전후 대처와 파벌로 인한 붕당 정치의 폐해 그리고 정쟁(政爭)이 시작된 시기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과거제도의 인재 등용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등용했던 천거제의 활성화나 이황·이이를 포함한 수많은 인재들이 등용됐던 치적은 묻혀버리고 말았다.

당시 붕당 정치는 왕조시대라는 시대상으로 보면 혁신적인 정치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를 합리화하기 위해 무능한 군주, 부패한 조선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되어진 면도 있다.

흔히 붕당 정치는 파벌로 인한 대립과 분열로 이해가 되어 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견제하는 비판과 대안 세력으로 파벌이 형성되기도 한다. 비판 세력이 허용되지 않았던 절대 왕정에서 붕당의 출현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보여지는 정치 형태와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듯 영국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로드 액턴의 주장처럼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이 수백 년 전 조선에서 먼저 인지하고 실행에 옮겨졌으니 선조 시대의 붕당 정치를 혁신적인 정치 형태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민주정치 우리나라의 정치 형태는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고 본다. 당시에는 현재처럼 권력자가 선출직이 아니었기에 시기에 따라 교체되거나 물러나는 일이 없었다. 다만, 왕의 신임을 얻기 위한 파벌 형성 대립이라는 측면이 있었지만 그 또한 부정적인 면 보다는 왕권을 견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온 측면이 크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상대의 실수나 실패가 다른 상대에게는 유리하기 때문에 국가나 국민들의 이익보다는 정당이나 파벌의 이익에 더 집착을 한다. 당연히 민생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싸움으로 권력이 편향되게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지금은 틀리다고 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 형태는 거대 양당이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는 양당제의 정치 구조로 두 정당이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 이념이나 정책적 대결보다는 상대의 실수나 실책으로 반사 이익을 얻는 구조이다. 더구나 유럽 선진국의 정치 형태처럼 다변화된 사회에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가진 사람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존재하기 보다는, 포괄 정당으로 선거 때만 사회 제반 모든 정책 장애인 여성 노동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까지 포함시키지만 선거 이후에는 재벌을 포함한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율배반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유럽 선진국의 정치 형태는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로 구성돼 있다. 어느 한 정당도 과반이 넘지 못하는 형태이다. 선거 제도 역시 소선거구제 하에서 1위를 한 후보만 당선되는 단순 다수제에서 정당의 의석수와 그 정당이 득표한 득표율이 반영이 되는 비례 대표제 형태이다. 정치학에서 가장 신뢰한다는 법칙중 하나가 ‘뒤베르제의 법칙’인데 이 법칙에 따르면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낳고 비례 대표제는 다당제를 낳는다는 법칙이다.

현재의 거대 양당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뒤베르제 법칙처럼 우리나라도 선거 제도 개편을 통해 비례 대표제 다당제로 가야만 한다. 다당제는 기본적으로 협치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연립 정부 형태이다. 협치는 집권당인 여당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다. 즉 여당의 책무다. 진보와 중도가 보수 세력에 맞서 협치와 연정을 통해 국정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다.

지난해 촛불 광장의 적폐 청산은 대통령 권력만 바뀌었지 의회 권력은 그대로다. 말 그대로 의회가 제 역할을 못함으로 인해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로까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의회 권력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를 바꾸는 것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무늬만 다당제가 분열과 분화로 이루어진 만큼 언제든 양당제로 회귀할 수 있고, 한국 정치는 끊임없는 분열과 대립 구조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열과 대립 구조는 현 정치인들에게는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좋을지 몰라도 국민들에게는 배제의 정치로 정치 혐오만 불러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