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발레단(예술감독 최태지)의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로 북적였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세대를 비롯해 데이트를 하러 온 중년 부부와 젊은 연인들, 무더위를 피해 부모님을 따라 공연을 관람하러 온 어린이들까지…. 관객들로 가득찬 공연장을 통해 ‘백조의 호수’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광주시립발레단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제122회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최태지 예술감독이 취임한 후 처음 선보이는 정기공연으로 3회 공연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예산은 총 5억으로 지난 2014년 올린 ‘백조의 호수’ 예산이 90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비용이 투입된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는 시립발레단 역대 클래식 작품 중 최다 무용수와 150여 명의 제작진이 투입됐으며 처음으로 선보이는 러시아 버전이다.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와 최태지 감독, 박태영 지휘자,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대표 김유정)의 참여로 화제가 됐다.

공연에는 워싱턴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은원, 국립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무용수 이동훈, 시립발레단의 신송현, 보그단 플로피뉴, 강은혜, 이기행 등이 출연해 서로 다른 색깔의 무대를 보여줬다.

14일 공연에는 시립발레단의 신입단원인 이기행, 강은혜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3월 첫 출근을 한 예술단 새내기들로 강 씨는 우아한 백조 ‘오데뜨’와 고혹적인 흑조 ‘오딜’을, 이 씨는 ‘지그프리드 왕자’로 등장했다. 강 씨는 ‘오딜’이 왕자를 유혹하며 펼치는 연속 32회전 춤을 완벽하게 선보였다. 또 왕궁, 호숫가 등을 재현한 실감나는 무대연출과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가와 거장 최태지 예술감독의 만남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입증하듯 무대위의 무용수들의 춤과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1막에서 광대가 선보인 36회전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악마가 왕자와 함께 동행하며 추는 그림자 춤은 다른 버전에는 없는 부분으로 악마와 왕자가 서로 같은 위치에서 공연을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2막 1장의 각 나라의 공주들이 추는 헝가리 춤, 러시아 춤, 스페인 춤 등 민속무용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으며 ‘백조의 호수’ 다르 버전에는 없는 러시아 춤이 삽입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출연자와 스텝들의 연습 장면과 짧은 인터뷰를 담은 내용을 모아 만든 비하인드스토리 동영상이 상영됐고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은채 영상을 관람했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의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답게 무대 세트, 의상 등 작품이 화려하고 웅장했다”며 “또 무용수들의 스케일과 동작 등도 커지고 기교와 기량이 상향평준화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제작진을 투입해 인건비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됐겠지만 5억이라는 엄청난 예산에 비해서는 작품이 다소 평범했고 1막2장과2막2장의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장면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립발레단은 오는 21일 경기의정부예술의 전당에서 ‘백조의 호수’ 초청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