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원인은 비대하고 방만한 학사·행정 조직이다.







구성원 모두 이런 문제진단에 동의하고 있지만, 자기 희생을 전제하지 않는 이기주의 등에 발목을 잡혀 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정부의 1단계 자율개선대학(우수대학)에서 탈락해 2단계 심사대상으로 분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구조조정 빠진 개혁안=11일 조선대가 밝힌 혁신안에는 17개 단과대학 85개 학과 중 의·치·약대와 특수목적의 2개 단과대학을 제외한 12개 단과대학의 구조개혁 방안이 담겨 있다.

외국어대학은 9개 학과를 2개 학부로, 미술대학은 7개 학과(부)를 3개 학부로, 공과대학은 16개 학과(부)를 11개 학과(부로), 체육대학은 4개 학과를 2개 학과(부)로 개편할 계획이다. 자연대, 보건대, IT융합대, 사회과학대, 인문대, 법과대, 경상대도 구조조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에 인력 구조조정은 빠져 있어 개혁안이 학과 재편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건전성에 필수적인 인건비 절감 방안이 빠져 이번 혁신안이 대학 경쟁력 강화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 의문이다.

◇구호에 그친 개혁=조선대는 17개 단과대학 85개 학과로 전국적으로도 학사·행정 부문에서 비대한 대학이다. 조직이 비대한데다 효율이 떨어지고 재정도 악화하는 고질적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진단이다.

총장들이 취임할 때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고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강동완 총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초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체 85개 학과를 60여개 수준으로 축소하는 학사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반발에 막혔다. 전임 총장도 지난 2013년 비슷한 계획을 추진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조선대학교의 한 교직원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기희생을 감수하지 않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조선대”라고 토로했다.

◇조직비대…재정악화=현재 조선대에서는 교원 870여명과 직원 480여명의 인건비 1090여억원이 지출되고 있다. 등록금 수입 대비 인건비 비율은 무려 70.57% 달하고, 1년 결산액 대비 인건비는 45.7%를 차지한다. 20년 이상 근무자의 경우 연봉 1억을 웃돌거나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대학 재정운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록금 수입이 급감하고 있음에도 이런 임금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 법인 이사회는 지난 2015년 정원 10% 감축에 따라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만도 무려 7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 교직원은 “워낙 고연봉자들이 많기 때문에 재정압박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사실상 새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구성원 사분오열…모럴헤저드=조선대는 전국 대학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단체와 조직이 있다. 의결기구인 학교 법인을 비롯해 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 소속 총동창회, 총학생회, 직원노조, 교수평의회 등 4개 조직이 있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직원노조, 제2직원 노조, 비정규노조 조선대 지회, 민주동우회, 민립민주조선대인 모임 등이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이 많다고 흠결이 아니지만, 이들이 계보·계파를 형성해 총장 선거에 관여하거나 이익집단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교직원들의 모럴헤저드와 근무기강 해이도 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육부의 평가에서 사실상 위기대학으로 분류됐음에도 직원들이 골프를 치다 다쳐 뒷말을 낳았다.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쉬쉬하다 뒤늦게 형사 조치를 취했다.대학역량평가 업무를 맡고 있는 관련자가 보고서 제출시기에 여행성 출장을 다녀와 입살에 오르기도 했다. 위기상황임에도 총무과 간부도 해외여행을 떠나려다 고위층의 요구로 학교에 복귀한 사례도 뒷말을 낳고 있다./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