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가 막을 내리고 ‘풍요롭고 정의로운 광주’를 기치로 민선 7기가 시작됐다. 태풍 쁘라삐룬으로 민선 7기 취임식은 취소되고 시민 안전을 위한 재난 예방 활동 챙기기로 빠르게 선회했다. 그나마 태풍이 진로를 변경하여 비껴갔다니 광주로선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젠, 광주형 일자리, 도시철도 2호선, 군공항 이전 등 광주의 주요 현안들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되리라 기대해본다. 민선 7기는 그동안 지역 사회를 갈라놓은 갈등을 봉합하고, 새 그림을 그려 반드시 광주 발전에 기여할 화룡점정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도시철도 2호선에 이어 또 하나 논쟁거리가 생겼다.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518m 빛의 타워’ 설치이다. 며칠전 저녁 모임에서 빛의 타워 설치에 대한 찬반이 오고갔다. 광주에는 랜드마크가 없으니 필요하다는 사람과 어거지로 숫자 ‘5·18’에 꿰맞추는 것 같아 다소 식상하다는 쪽도 있었다.

광주에서 특정 길을 조성하는 과정의 이야기도 회자됐다. 5월을 상징하는 518㎞를 맞추려는 데 단지 500m가 부족해서 코스를 늘려 거리를 맞췄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광주를 5·18이라는 숫자에 가두고 스스로 매몰돼 있지는 않은가 싶다. 5·18의 내재된 가치와 의미가 숭고한 것이지 숫자나 높이는 아닌데도 말이다.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깜짝 방문한 싱가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를 보자.

싱가폴을 대표하는 필수 관광지로 꼽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지중해 지역의 건조한 기후를 모방한 ‘플라워 돔’과 열대 고랭지 식물을 볼 수 있는 ‘클라우드 포레스트 돔’에서 평소 보지 못했던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손꼽는 슈퍼트리는 음악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레이저쇼 야경과 함께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경험도 가질 수 있다. 12개의 슈퍼트리는 야경도 아름답지만 낮에도 구조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50m에 달하는 트리는 모두 열대 식물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말 그대로 정원이다. 꽃들이 만발하고 초목이 우거진 바로 그 정원.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식물원이나 수목원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한 매력이 있는 랜드마크다.

국내로 눈길을 돌려 N서울타워(남산타워)를 보자. 서울의 상징이자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수 있는 곳이다. 높이 236.7m의 타워가 제공하는 탁 트인 전망을 즐기기 위해 약 840만 명이 N서울타워를 방문한다. 특히, 타워에 불이 들어오는 야간에는 더욱 그렇다. 최신 LED 기술을 적용한 조명으로 시시각각 색과 패턴이 변하는 빛의 예술과의 어우러짐 속에 다양한 미디어아트와 함께 색다른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N서울타워는 남산공원의 자연과 남산골 한옥마을 등 주변 많은 명소들로 둘러 싸여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다.

결국, 도시의 랜드마크는 타워의 높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도시를 담는 독창성이고 그 것은 주변의 즐길거리와 충분히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공한 도시들은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 도시 정체성을 만들고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518m 빛의 타워는 도시 랜드마크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침체된 광주 경제를 살리고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광주 정신을 꼭 특정 건물이나 타워에 가두지만 않는다면 광주라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나 마카오타워, 도쿄타워 같은 랜드마크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 광주의 미래를 위한 거시적 관점에서 빛의 타워 논란이 광주 랜드마크의 건립을 위한 첫 출발이 됐으면 한다. 시민 공감대 형성과 범시민추진위원회 구성 등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숙의 과정을 통해 광주만의 독특하고 예술적인 랜드마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광주는 세계속의 도시로 우뚝 서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