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했던가. 아마도 선거가 그리 칭송되는 것은 목숨을 건 극렬한 다툼 없이 권력을 뒤바꿀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투표를 한다고 해서 꼭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적어도 ‘민주’가 백성의 주인 됨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선거는 본래 민주 정치가 아닌 귀족 정치의 수단이었다. 귀족들이 서로 전쟁하지 않고 표를 던져 왕을 뽑던 전통에서 선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귀족들만 누리던 투표의 권리가 자산가들에게로, 성인 남성에게로, 성인 여성에게로 점차 확대되어 오늘날의 보통 선거 제도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귀족 정치 시기에 뿌린 선거의 씨앗이 줄기를 뻗어 잎을 달고 민주주의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니, 민주주의가 선거의 꽃이다.

하지만 꽃이라 해서 다 똑같지는 않다. 하루면 지고 마는 꽃도 있고, 찾아온 꿀벌을 잡아먹는 꽃도 있고, 그 향기가 천리를 가는 꽃도 있고,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는 꽃이 있고, 차라리 꽃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 꽃도 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가? 전국적으로는 극우 보수 세력이 궤멸하지만, 호남에서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보수성을 드러내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누군가에게 줄 서지 않으면 당내 경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제대로 정치를 할 것 같은 기초 의원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좋은 순번을 꿰찼다는 말도 들려온다. 아무 향기 없는 꽃 마냥, 인기가 드높을수록 추문만 늘어난다.

기성 정치에 기대를 접은 시민들이 광주시 교육감 선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장휘국 후보는 ‘대한민국 대표 진보 교육감’을 자처하고, 최영태 후보는 ‘시민 경선 혁신 교육감’을 내세우며, 이정선 후보는 ‘첫 번째 혁신 교육감’을 구호로 내걸었다.

지켜보는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진보 교육감’은 뭐고 ‘혁신 교육감’은 또 뭔가. 그런 상표를 붙이려면 더 많은 단체의 지지만 받으면 되는 건가. 그 단체들은 왜 또 자기들끼리 ‘진보’네 ‘혁신’이네 상표를 붙이고 더 높은 가격에 상품을 팔려고 싸움을 벌이는가. 그런 상표는 정말 물건을 제대로 선전하고 있는가. 세 후보가 주장하는 ‘진보’나 ‘혁신’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선거를 치른다고 민주주의가 되는 건 아니다. 유력자에 줄서지 않으면 무대에 오를 수조차 없는 선거는 귀족 정치에 불과하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다. 특정 후보를 ‘진보’와 ‘보수’라고 딱지 붙이고 그 상표만 보고 선택하게 하는 것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념으로 광주를 동강내지 말고, 위기에 처한 광주 교육을 살려낼 교육감을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기성 정치에서 별다른 기대를 할 수 없다면, 거기서 한 발 비껴나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 보자.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틀로 새로운 광주를 그려낼 수 없다. 무한한 다양성을 지닌 청소년들을 가르치면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을 들씌워서도 안 된다.

맹자의 말처럼 그물을 쳐서 백성을 잡는 것은 위정자의 도리가 아니다. 낡은 이념의 그물 속에 시민들을 가두려 하지 말고,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그 그물을 찢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을 통해 광주의 미래를 그려가는 교육감의 역할이다. 아이들은 경계를 넘어서 미래를 가져오는 사람이다. 만일 민주주의가 선거의 꽃이라면, 이번 광주시 교육감 선거에서 활짝 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