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이 아닌, 광주의 임대 단지에서 최고 15대 1이 넘는 청약 경쟁이 벌어졌다. 극심한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했다가 ‘미달’ 사태를 빚었던 지역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주거 약자들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광주·전남 지역 현실에서 과중한 주택가격으로 힘들어하는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들을 감안, 지방 현장에 맞도록 입주자격을 완화한 게 수요자들이 몰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신혼부부 몰려=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일대 청년·대학생, 신혼부부들을 위한 행복주택 300가구 청약을 마감한 결과, 모두 1446명이 신청하면서 4.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청년, 신혼부부·고령자·주거약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이다.

특히 19∼39세 이하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행복주택(26㎡)의 경우 50가구 모집에 무려 777명이 몰리며 경쟁률이 15.5대 1에 달했다. 신혼부부들을 위한 행복주택(36㎡)도 78가구 모집에 162명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26㎡ 아파트 임대료가 12만원 대로 주변 시세(25만∼30만)보다 훨씬 저렴한 점, 인근에 대학과 하남공단 등으로 청년·대학생 수요가 많은 점, 신혼부부를 위한 36㎡ 규모 아파트도 18만원대 임대료로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는 점 등이 흥행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는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 등의 현실을 반영, 입주 자격을 완화한 게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방 수요자 목소리 반영해야=청년, 신혼부부용 행복주택의 경우 지난해 광주 효천지구와 목포·여수 등에서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주거 여건이 다른 점을 간과한 채 자격을 까다롭게 하거나 일률적 크기로 공급했다가 미달되는 등 ‘외면’ 받은 바 있다.

LH는 이같은 점을 감안, 전 정부에서 엄격하게 규제했던 입주자격을 완화한 뒤 광주·전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 반영해 청약 경쟁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을 위한 행복주택의 경우 기존 대학생 소득 여부와 청약지역 등을 따졌던 규정을 없앴고 혼인 기간 5년 이내로만 입주가 가능했던 신혼부부 행복주택도 7년 까지로 완화했다.

입주자격 완화 규정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입주자를 모집했다가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던 광주 효천 2지구(902가구), 목포 용해 2지구(450가구), 여수 수정지구(200가구) 행복주택도 재공고를 통해 모두 모집 가구보다 많은 입주자가 몰렸다.

효천 2지구의 경우 192가구를 모집했다가 136가구가 ‘미달’됐던 신혼부부용 행복주택은 이번 재공고에서 174명이 몰렸고 98가구가 미달됐던 청년·사회초년생용 행복주택도 334명이 청약 서류를 접수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목포 용해2지구도 45가구가 미달됐던 대학생·청년용 행복주택에 대한 재공고를 통해 109명이 청약 서류를 접수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LH 광주전남본부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중인 광주 진월 행복주택(460가구)에서도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신혼부부용 행복주택의 경우 대학·사회초년생도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입주자격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한 만큼 받아들여지게되면 더 많은 입주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주·전남 주택업계 사이에서는 입주자격 완화 외에 지역·계층 특성에 맞도록 공급하는 주택 규모를 조정하는 등 지방 수요자들을 고려한 주택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