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걸 왜 모르겠어요. 뻔히 보이지. 그래도 어떡합니까. 이 나이에 경비원 일자리라도 잃지 않으려면 잠자코 있어야죠.”

광주시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A씨는 최근 총 근무시간을 1시간 줄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아파트 측에서 출퇴근 시간은 그대로 둔 채 무급 휴식시간을 늘리는 형태로 근무시간을 줄인 탓이다.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16.4% 오르자 인건비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휴식시간을 늘린 것이다.

일부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아예 최저임금을 챙겨 받지 못하기도 한다. 광주시내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B씨는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랐지만 지난해 6470원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

카페 사장이 “도저히 부담스러워서 인상을 못 해주겠다.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을 것이다”며 임금을 올려주지 않았다. 방학기간이라 새로 알바를 구하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첫 급여일이 지나면서 광주·전남지역에 인건비 인상을 상쇄하려는 편법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유소·편의점 등 업계에서는 직원채용을 줄이고 있어 일자리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불안도 나오고 있다.

광산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알바생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에 맞춰 월급을 주니 한 달 지출이 100만원 더 늘었다”며 “막상 월급이 나가니 감당키 어렵다고 느껴 내년에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광주지역 주유소 296개 중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곳은 100여개를 넘어서 업장 3분의 1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일반 주유기에 비해 셀프주유기 설치·교체 등 투자비가 발생하지만 24시간 영업이 가능하고 야간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셀프주유소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4시간 운영’이 보편적인 편의점과 PC방 업계에서는 유난히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24시간 운영을 포기하고 새벽 시간대 점포를 닫거나, 알바를 고용하는 대신 점주가 본인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분위기다.

실제,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지난 2월 초 광주 214개 서비스업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점포 10곳 중에 7곳만이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편의점업계의 준수율은 45.8%에 불과, 주유소(91.4%), 식음료(84.8%)에 비해 가장 낮았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원을 감축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15.9%나 됐고, 앞으로 감축할 예정인 곳도 9.8%에 달했다. 최저임금 시장이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광주지역 아파트 단지 109곳 경비원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모니터링을 한 결과 63곳(58%)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근무시간을 줄이고 휴식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광주의 한 영세자영업자는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청 필수조건인 4대 사회보험 가입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임금인상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