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지리산 심원마을(해발 755m)에서 반달가슴곰(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을 볼 수 있을까.

16일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철거·정비 등 복원사업이 완료된 심원마을 CC(폐쇄회로)-TV에 담비와 삵·멧돼지·노루 등이 포착됐다.

사무소측은 최근 반달가슴곰으로 추정되는 큰 짐승도 찍히긴 했지만 눈이 내린 야간이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원마을은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만복대(1438m) 등 반달곰 주요 서식처와 가깝고 이동로로 꼽혀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 현재 47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처음으로 야생 상태에서 반달가슴곰 세 쌍둥이가 태어나 자연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원마을은 지리산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달궁계곡 최상부(해발 750m)에 자리 잡고 있어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렸다.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당시 마을 주민 대부분이 임산물을 채취하거나 토종꿀 양봉을 생업으로 삼았던 산골마을이다.

하지만 1987년 지리산관광도로가 개통되면서 식당·펜션 등 상업시설이 생겨 지리산 심층부가 훼손되고 계곡 내 각종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지역으로 꼽혔다.

이에 공단은 심원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보전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과 동의를 구했고 주민들은 철거를 허락했다. 공단은 총 사업비 211억원을 투입해 2013년부터 보상에 착수, 지난해 11월까지 마을내 건물·도로 등을 철거하는 등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공단은 철거 지역이 급경사임을 고려해 사스레나무, 국수나무, 병꽃나무 등 지리산 자생수종 총 9종 4만8065그루를 심었다. 식재 나무의 자연스런 천이(시간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 과정과 동식물 서식 등을 관찰할 실시간 영상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지난해 말에는 심원마을을 일대의 용도를 ‘마을지구’에서 ‘자연환경지구’로 변경했고, 2036년까지 이 지역을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한백생태연구소와 호남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 심원마을에 심어진 나무는 자연 식생이 우수한 인근 지역 나무 크기의 3.1% 수준이다.

연구진은 지리산 아고산대(고산지대와 산지대 사이) 훼손지역에서 주변 자연림의 20% 수준까지 나무가 자라는 데 20여 년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심원마을도 주변 자연림과 같은 상태가 되려면 5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승준 남부사무소 탐방시설과장은 “5년만 지나도 식재한 나무들이 일정 크기 이상 성장해 심원마을은 100% 자연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며 “반달가슴곰뿐 아니라 설악산·월악산에서 증식 복원된 산양이 속리산까지 내려온 것으로 봤을 때 지리산에 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