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캠프에는 특별한 타격 훈련 도구가 있다.

하체로 공을 때리고, 팔이 붙은 상태로 스윙이 나가고, 손목의 힘을 키울 수 있게 하는 도구다. 다양한 효과를 보장하지만 거창한 기계도 비싼 물건도 아니다. ‘고무줄’이 KIA 캠프의 만능 훈련 도구다.

‘우승 포수’ 김민식은 들쑥날쑥했던 ‘고무줄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를 자처했다. 그리고 그는 고무줄을 몸에 감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배팅 게이지에서 프리 배팅을 할 때 김민식은 허리에 대형 고무줄을 감고 선다. 그리고 배팅 게이지 뒤에서는 박흥식 타격 코치가 김민식이 감고 있는 고무줄을 힘껏 잡아당기고 있다. 상체가 쏠리지 않고 하체로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다. 또 상체가 쫓아나가지 않게 되면서 최대한 공을 끌어다 놓고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티배팅을 할 때는 아예 박 코치가 나란히 고무줄을 허리에 감고 서서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번 캠프에서 김민식의 훈련 파트너로 나선 박 코치는 골반의 힘, 엉덩이의 힘이 바탕이 되는 ‘타격의 근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맞춤 훈련 일환으로 고무줄을 활용하고 있다.

‘대형 타자’ 재목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고졸 1년 차 김석환도 고무줄에 잡힌 채 배팅 게이지에 서는 타자 중 하나다.

이 고무줄은 손목 운동을 할 때도 등장한다.

팔을 쭉 뻗은 채 길고 가는 철봉을 손목 스냅으로만 움직이게 하는 훈련, 여기에 고무줄이 더해지면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철봉 끝부분에 고무줄을 매달면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는 데다 고무줄의 움직임까지 더해져서 보통의 손목 힘으로는 스냅을 주기 어렵다.

손목의 힘은 펀치력과 배트 컨트롤을 위해 필요한 타격의 중요한 요소.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여유 만만하게 고무줄 봉을 든 선수들의 입에서 이내 ‘악’소리가 나오는 고난도 훈련이다.

타격 훈련 시간이면 아예 고무줄을 몸에 감고 움직이는 선수도 있다. 내야수 전은석은 전용 고무줄을 가지고 다닌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칭할 때 쓰는 고무줄에 매듭이 지어져 있다.

고무줄 한쪽은 몸통에, 다른 부분은 오른팔에 끼우면 전은석의 타격 훈련 준비가 끝난다. 타격할 때 좌타자인 전은석의 오른팔이 들리지 못하도록 고무줄로 아예 고정해버린것이다. 몸통에 팔이 붙어나가게 하면서 스윙 궤적을 잡고 있다. 타구의 질과 방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무줄에 몸을 의지한 채 캠프를 보내고 있는 전은석이다.

흔한 고무줄이 KIA의 타격을 바꿀 귀한 활약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김여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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