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는 핵폐기물 가운데 방사선 세기가 가장 강한 물질이다. 최소 10만년은 인간의 생활권에서 안전하게 격리해야할 정도다. 원전을 운영 중인 각국은 저마다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현재까지 그 고민을 끝낸 국가는 없다.

그렇다면 사용후핵연료 관리(및 처분) 방식은 어떤 것이 있고 각국은 어떤 정책을 선택하고 있을까.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월 발행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쟁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관리방법은 임시저장, 소내 운반, 직접처분, 재처리(재활용) 등 4가지가 있다. 처분에 중점을 둔다면 직접처분(지하매립)과 재처리 정도다.

사용후핵연료 소내 운반은 저장용량이 부족한 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를 인근 발전소로 운반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직접처분은 인간의 생활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방식이다. 그 방법으로는 해양처분(1990년 런던투기협정 체결로 금지), 빙하처분(남극의 경우 남극조약으로 금지), 우주처분, 심지층처분(300∼1000m), 초장심도처분(3000∼5000m) 등 여럿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심지층처분과 초장심도처분으로 좁혀진다.

원전 99기를 운영 중인 미국의 경우 지난 1977년 카터 행정부 당시 ‘직접처분방식(인간 생활권에서 영구 격리)’으로 방침을 정했다. 1980년에는 사용후핵연료의 ‘심지층처분방침’을 확정했다.

이어 관련법(방사성폐기물정책법)에 따라 부지조사 등 절차를 거쳐 2002년 네바다주 유카산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로 최종 승인했다. 2008년 6월 유카산 처분시설에 대한 건설허가신청이 제출됐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지하수 오염 및 화산 문제 등을 이유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고 프로젝트는 표류 중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원전 부지 내 중간저장 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며 그 공간도 넉넉한 편이라서 우리나라처럼(한빛원전의 경우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이 2025년 포화상태를 맞는다) 영구처분장 건설이 시급하지는 않다고 한다.

원전 19기를 운영 중인 캐나다와 독일, 핀란드, 스웨덴 모두 직접처분 방식을 택했다.

총 58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으로 직접처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재처리하고 남은 고준위핵폐기물 처리가 고민이다. 사용후핵연료에는 다시 핵연료로 사용가능한 우라늄235 및 플루토늄이 존재하는데, 이를 추출해 다시 사용하는 원리가 재처리다. 재처리 과정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무기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탓에 국제적 논란이 발생하고, 재처리 상용화 기술 자체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연구자도 적지 않다.

원전 42기를 운영 중인 일본과 영국(15기 운영)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재처리로 삼고 있으나 재처리 기술 진보가 예측했던 상황대로 진전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은 건식저장시설에 저장해 열을 식힌 후, 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지하 깊은 처분장에 묻는 것이라는 견해가 그나마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