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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목수 김씨 전 ‘개와 의자의 시간’ 여는 김진송씨
“왜 개와 의자냐고요?
인간과 가장 가까워서죠”

2017. 09.13. 00:00:00

전시장을 가득 메운 건 다양한 모양의 의자와 탁자, 그리고 개다. 원목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다채로운 의자와 온갖 표정을 짓고 있는 개들을 만나는 이번 전시 제목은 ‘아홉번째 목수 김씨 전-개와 의자의 시간’(20일까지 롯데갤러리).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개와 의자가 한 자리에 모인 건 이들을 만든어낸 ‘목수 김씨’의 엉뚱한 가설에서 나왔다.“의자와 개는 인간과 더불어 수많은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의자는 개의 행동 양식을 닮아 진화했고, 인간은 의자에 모양에 따라 행동했으며, 개는 또 그런 인간을 따라하는 식이다.”
‘목수 김씨’는 근대의 풍경을 담은 책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를 비롯해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상상 목공소’,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쓴 탁월한 이야기꾼 김진송씨다.
전시기획, 출판기획, 전시 평론 등 다양한 일을 해온 그는 20여년전부터 ‘목수 김씨’가 됐다. 광주에서는 처음 전시를 여는 그를 롯데갤러리에서 만났다.
전시장에서 만난 개들이 왠지 슬퍼보인다는 말에 목수 김씨는 “아, 그런가요. 즐거운 애들도 많은데”하며 웃었다.
“개와 의자가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인간이 쓰는 물건 중 가장 밀접한 게 의자, 동물 중 가장 가까운 게 개잖아요. 개와 의자가 흡사한 방식으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진화해왔다는 이야기죠.”
그가 깎아낸 개들은 모두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 보는 개, 안아주고 싶은 귀여운 강아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짖는 개, 허리가 유난히 긴 개, 톱밥으로 만든 털복숭이 개 등등….
나무의 형태를 고스란히 살린 의자와 탁자들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원목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인 ‘나비장’이 박힌 탁자는 멋스럽고 쪽을 이용해 예쁜 색을 입힌 의자도 인상적이다. 청자 상감하듯 문양을 넣은 작품도 눈에 띈다. 모두 곁에 두고 싶은 의자들이다.
4년 전 그는 연고 하나 없는 강진군 도암면 학장리에 내려와 터를 잡았다. 1년여에 걸쳐 홀로 집을 짓고 지난해에는 작업실을 만들었다.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다”며 ‘셀프 유배’를 온 그의 집은 다산초당 인근이다. 우연찮게도 남양주 출신인 정약용이 유배왔던 곳이 바로 강진이고, 그 역시 남양주 출신이니 뭔가 인연이 있는 듯하다.
20여년전부터 나무 작업을 시작한 그는 “책이나 쓰려고 내려왔지만” 주변의 나무들을 보자 마음이 동했다. 이번 전시작들은 강진에서 만난 벚나무, 느티나무, 비자나무, 동백나무들로 만들었다. 그는 제재소에서 켜주는 제재목을 쓰지 않는다. 나무를 깎아 작품을 만드는 건 지난한 작업이다.
“20년 정도 작업을 하다 보니 나무를 보고 무언가 ‘형태’를 잡는 건 어렵지 않아요. 막상 의자나 작품을 만드는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죠. 전 후 과정이 너무 길어 나무 작업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원목이 마르는 데 3년은 걸려요. 1년은 방치해두고 뒤틀림이 있는 지 없는 지 봅니다. 형태를 만들고 나면 15번 정도 칠을 하는 데 이게 정말 힘든 일이죠. 하지만 나무를 보면 욕심이 생기니 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죠.”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나무에 상상력을 버무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특장을 살필 수 있는 ‘오토다마’(움직인형)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모두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들이다. 또 ‘개와 인간, 의자’에 대한 글귀들도 적어둬 작품을 보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를 한탄하면서도 그는 책을 쓴다. 최근 근대 이야기를 다룬 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상태다. 그의 저서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반가운 소식이다. 그가 들려주는 근대 이야기는 그 어떤 이의 글보다 흥미롭고 색다를 테니까.
전시된 작품은 구입도 할 수 있다. 문의 062-221-1807.
/글·사진=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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