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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전쟁

2017. 09.11. 00:00:00

1984년 6월 10일, 남태평양에 주둔하고 있던 미 해군은 한 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화염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 이 미사일은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먼저 발사된 또 다른 미사일을 160㎞ 상공에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미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이 소식을 전 세계에 주요 뉴스로 전달했다. 미사일 요격 실험의 성공은, 미국 본토와 동맹국을 공격하는 적국의 핵미사일을 또 다른 미사일로 파괴하는 ‘별들의 전쟁’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별들의 전쟁’(Star Wars)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3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선포한 전략방위 구상이다. ‘미국과 동맹국을 철의 장막 너머 소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주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악의 제국’으로 불렸던 소련과 그 동맹국들을 무너뜨린 것은 미국의 최첨단 요격 미사일이 아니었다. 소련은 미국발 ‘별들의 전쟁’에 맞서 군비 경쟁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고, 그 결과 국가 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로 빠져들었다. 때마침 유가마저 급락, 그나마 소련 경제를 지탱해 주던 오일 달러도 바닥을 드러내고 경제가 도탄에 빠지자 국민의 불만이 폭주하면서 소련의 거대한 사회주의 체제는 일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냉전 시대에 드리워진 철의 장막을 걷어 낸 것은 무기가 아니라 빈곤에서 비롯된 내부의 압력이었던 셈이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1984년의 요격 실험은 거짓이었다. 미국은 당시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추적 장치를 부착해 놓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요격은 아니었지만, 소련은 이 실험에 자극받아 방위산업에 돈을 퍼부었고, 이는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면서 도발을 이어 가고 있다. 전 세계의 충격과 분노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북한도 내부적으론 ‘말라 가는 돈줄’에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고 봐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경제가 무너지면 국가도 무너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절실한 이유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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