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양계농장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나오면서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이 제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인증서 발급 위탁기관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지역에서 3000마리 이상의 닭을 사육하는 99개 양계농장 중 78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친환경 인증 산란계 농장에서 여름철 진드기 박멸을 위해 살충제를 사용해왔는데도, 관리·감독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과거 친환경 인증을 부여하는 업무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과 민간인증기관에서 담당하다가 올해 초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6월 3일부터 민관인증기관으로 전부 이관됐다. 민관인증기관이 농가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인증을 부여하면 농관원에서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은 지속적인 감독과 관리가 뒤따라야 함에도 위험요소가 있는 축사와 표본조사 등만 시행돼 왔을 뿐 전체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로 계란을 넘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다른 농축산물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농관원 전남지원이 올해 유기·무농약 인증 등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2만4000여농가 3만7000ha를 대상으로 한 일제조사에서 적발돼 인증이 취소된 농가는 601곳(면적 1246ha)이었다. 이 중 상당수 농가가 주로 유기합성농약(제초제)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대대적인 친환경 부실 인증으로 파동을 겪은 이후에도 인증 위반사례는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조차 하지 못한 채 친환경 인증 농가 지원과 재배면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주부 김모(여·42·광주시 광산구 신촌동)씨는 “아이들 때문에 비싸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인증 농축산물을 구입해왔다”며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매번 커지는데 친환경 인증 농가 관리조차 안 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