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배수에 따른 어장 황폐화로 인한 영광어민과 한빛원전 간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빛 1호기 첫 가동(1986년) 이후 현재까지 30년 동안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4개 지역 원전(영광·부산·경주·울진) 가운데 온배수를 둘러싼 갈등이 한빛원전 주변지역에서 유독 첨예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어진 갈등은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지난 2013년 10월 발표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논문(황보명·지도교수 윤순진) ‘한빛원전 온배수를 둘러싼 갈등 구조와 지역 공동체의 변화’는 갈등 지속의 이유를 ▲국내 원전 가운데 유일하게 서해안 입지 ▲어업권 등 보상 방법의 문제 ▲지역사회 내부 간 갈등 ▲상호 신뢰 부족 등에서 찾고 있다. 논문은 영광어민, 군청직원, 원전직원 등 15명에 대한 심층 면접과 과거 신문기사, 선행논문 등을 바탕으로 한빛원전 온배수를 둘러싼 갈등을 분석, 이 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한빛원전 6기만 조수간만차가 크고 수심이 얕은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어 온배수에 따른 어족 황폐화 등 어민들의 경제적 손실이 크게 나타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원전에서 같은 양의 온배수(일반 수온보다 7도가량 높은 물)가 쏟아지더라도 수심이 깊은 동해안과 달리 서해안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상 과정에서 이주보상이 아닌 어업권 소멸 방식을 택한 것도 갈등이 지속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먹고 살 대책 마련 없이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주고 끝내는 식이어서 지속적인 민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설문 참여 영광군 직원).

온배수 피해 보상 방법은 주민 간 갈등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온배수를 둘러싼 갈등은 증폭됐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맨손어업(조개 채취, 낙지잡이 등)과 어선어업 어민들이 구획어업 어민과 달리 보상에서 제외되거나 내용이 달라 어민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논문은 “그동안 피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맨손어업, 어선어업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기존에 해왔던 일회성 방식에서 탈피해 어민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보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논문은 또한 홍농읍 계마리 주민 전체와 원전 측의 합의가 없는 점도 온배수를 둘러싼 갈등 지속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논문은 끝으로, 이러한 갈등이 30년 지속하면서 지역공동체가 서로 믿지 못하고 분열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원전 입지(위험시설로 인식)에 따른 해수욕장 관광객 감소, 어패류 채집 가부 등 피해가 다양한 상황에서 일부에만 보상이 주어져 어민 간, 어민과 농민 등 공동체가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