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주요 도로에 물을 뿌리고, 숲 터널을 조성하는 것은 도시 외곽에 비해 건물이 밀집해 있는 도심의 ‘열섬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늘이 부족한데다 아스팔트의 복사열까지 더해져 보행자들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광주시는 도심 나무심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광주의 여름철 온도를 1℃가량 낮추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횡단보도 주변에 임시 그늘막을 설치하는 등 무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광주시 물뿌리고, 숲 조성하고=올 여름 광주에서는 9명이 무더위 속에서 열사병, 열실신 등의 온열질환으로 응급의료기관으로 옮겨졌다. 지난 6년간 전국적으로 636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64명이 사망하였으며, 이중 광주시는 온열질환자 281명 발생, 3명이 사망했다.

광주시가 올 여름 예산 2000만원(15일분)을 들여 물을 뿌리기 시작한 것은 그동안 여름철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온열질환이 도심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를 깔고 콘크리트 벽을 높게 세웠던 도심이 시간이 갈수록 농촌에 비해 기온상승에 더욱 취약한 구조가 되고 있는 셈이다.

광주지역은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바나나 열매가 열리는 지역으로 주목을 받는 등 대구와 함께 전국 대도시 가운데 여름철 기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에 광주시는 대대적으로 ‘광주 온도 1도 낮추기’ 시민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을 통해 10대 시민 행동수칙으로 ▲안 쓰는 플러그 뽑기 ▲가까운 거리 걷기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일회용품 줄이기 ▲쓰레기 분리 배출하기 ▲녹색 식탁 만들기 ▲물 절약 생활화하기 ▲1인 1 나무 심고 가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또 올 여름 광주시는 5개 자치구에 1000만∼3000만원씩, 총 1억1000만원의 예산을 긴급 배정, 도심교차로 그늘막 설치 등을 시행토록 했다.

◇임시방편 보다는 체계적인 대책을 =광주시의 여름철 살수와 숲터널 조성 사업이 무더위를 식혀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물을 뿌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이다는 지적 때문이다. 전체 도심의 면적이 넓어 이론적으로도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출 수 없고, 살수 후 일시적으로 습도가 되레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 2013년 광교 신도시에 빗물을 활용한 ‘자동노면살수 시스템’을 도로에 설치했다. 저류조에 모인 4500t 규모의 빗물을 여름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경우 노면에 뿌려 열섬화 현상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광교 신도시에는 빗물을 저장해 재활용할 수 있는 빗물 저류조가 7곳(1만7490t)에 설치돼 있다.

시민의 통행이 빈번한 광장과 통행로 등에 대부분 아스팔트나 보도블럭, 박석(薄石)을 깐 점도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돌이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블럭의 경우 복사열 탓에 불쾌감마저 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금남공원 등 그나마 도심 곳곳에 자리잡은 일부 소공원이나 횡단보도 인근에 심어진 나무도 소나무여서 도심 속 ‘나무 그늘’도 부족하다.

도심 조경 전문가들은 “무작정 나무만 심을 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을 감안해 여름철에는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조경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