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통로는 국립공원의 야생동물들이 도로 개설 등의 이유로 단절된 서식지를 횡단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로드킬(road kill)’을 줄이려고 설치된 구조물이다.

16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야생동물의 국립공원 생태통로 이용횟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생태통로 12곳은 지리산 3곳, 오대산 2곳, 속리산 2곳, 설악산·소백산·월악산·덕유산·계룡산 각 1곳이다. 공단이 내놓은 국립공원 내 생태통로 현황에 따르면 무등산·월출산 국립공원에는 생태통로가 없다. 지리산 국립공원 시암재(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생태통로가 광주·전남에선 유일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생태통로에 무인 센서카메라과 족적판(모래판) 등을 설치하고 야생동물을 관찰했다.

그 결과 2012년 생태통로 8곳(지리산 3곳·오대산 1곳·설악산 1곳·소백산 1곳·월악산 1곳·덕유산 1곳)의 야생동물 28종 이용빈도는 1곳당 평균 163회였다. 총 이용 횟수는 1307회였다. 2016년에는 37종의 야생동물 이용빈도가 1곳당 505회(12곳 총 6061회)로 늘었다. 2012년에 비해 약 3.1배 증가했다.

2012∼2016년 생태통로를 이용한 야생동물은 총 60종이었다. 반달가슴곰·수달·고라니 등 포유류 20종, 조류 31종, 양서류 5종, 파충류 4종이다.

포유류가 1만5002회로 96.4%의 비중을 차지했다. 포유류 중 고라니의 이용 횟수가 52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조류는 541회(3.5%), 양서·파충류는 25회(0.1%)였다.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는 반달가슴곰·수달·산양·매가 있다. Ⅱ급으로는 하늘다람쥐·삵·담비 등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생태통로에 동물들이 염분을 섭취할 수 있는 미네랄 블록과 다람쥐 등 소형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간이통로 등을 각각 설치해놓았다.

큰 규모의 생태통로는 아니지만 도로를 횡단하는 뱀·족제비 등 작은 동물들이 안전하게 서식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옹벽 탈출 시설을 월악산·오대산 등 도로변에 만들었다. 도로옹벽 탈출 시설은 도로를 건너는 동물이 높은 옹벽에 막혀 탈출하지 못해 로드킬 당하지 않도록 막아 준다.

배수로 횡단·탈출 시설 등도 설치해 야생동물들이 인공구조물로 단절된 지역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