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전 전승. 인공지능 알파고가 초고수 바둑기사들을 상대로 거둔 성적이다. 알파고가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도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 비공개 인터넷 대국을 진행했다. 알파고는 인터넷 바둑사이트 2곳에서 세계 최고수들과 바둑을 둬 60전 전승을 거뒀다. 고수 중에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과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바둑계에서는 알파고의 무패행진을 ‘한 단계 더 진화한’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선보인 알파고의 실력을 기준으로 봤을 때다. 당시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4승을 거뒀지만 1패를 당했다.

앞으로 알파고가 더 진화를 거친 뒤 본격적인 대국을 펼칠 경우 어쩌면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긴 최초이자 최후의 인류가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알파고는 올 안으로 다른 인간 고수와 또 한 번 정식 대국을 펼칠 예정으로, 이번 대국은 그에 앞서 개선된 기술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럼에도 세계 일류 고수들을 60차례나 연파했고, 모든 대국 중 불리한 상황에 놓인 적 없이 늘 형세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갔다.

알파고 외에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도 바둑기사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턴센트 그룹에서 개발 중인 ‘싱톈’은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 최근 프로기사들을 압도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싱톈은 지난해 말 바둑 사이트 ‘한큐바둑’에서 세계적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승률을 9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박정환 9단(1승4패)과 커제(2승6패) 등 일부 바둑기사들이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일본의 IT기업 드왕고가 2009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젠’의 상위 버전인 ‘딥젠고’ 역시 성장속도가 빠르다.

딥젠고는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을 상대 대국을 펼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성적은 1승 2패다. 딥젠고 역시 지난해 12월말 한국 바둑사이트 ‘타이젬’에서 총 240번의 대국을 벌여 218승 22패, 90.8%의 승률을 기록했다.

날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출현과 인간의 잇따른 패배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이 인공지능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음에도 한국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인공지능 개발과 기술선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