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언제 내리나요?”

박남우(8)군의 올 겨울 소원은 하얀 눈을 맞으며 눈싸움을 하는 것이다.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자고 일어나면 눈이 쌓여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하지만 남우의 소원과 달리 올 겨울 눈은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눈 대신 겨울비만 연일 쏟아지고 있다. 광주에선 이달에만 15일이나 비가 관측됐다.

올 겨울 광주지역엔 17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의 눈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광주지역 누적 적설량은 1.6㎝에 불과하다. 2000년(1.5㎝) 이후 가장 적은 양으로 시민들의 입에서는 “눈이 실종됐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10년(2006∼2015년)간 광주지역의 11∼12월 누적 적설량 평균은 30.28㎝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은 눈이 내린 해는 2007년 42.7㎝, 가장 적게 내린 해는 지난 2011년 10㎝다.

올해 같은 기간 적설 기록일(눈이 쌓인 날)도 1일에 불과, 최근 10년 평균(7.6일)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12월 한 달간 무려 16일이나 눈이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올해는 첫눈도 지각을 했다. 지난 14일 광주에서 관측된 첫눈은 평년(1981∼2010년)에 비해 무려 19일, 지난해에 비해 18일이나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은 최근 10년간 광주지역에서 가장 늦게 관측된 첫눈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눈을 보기 힘든 겨울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0년간 광주의 12월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6.8도, 최고기온은 14.8도, 평균기온은 3도로 집계됐다. 반면 올해 12월 1∼25일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3.3도로 2007년(영하 3.2도)에 이어 가장 높고, 최고기온은 17.3도로 최근 10년 중 3번째로 높은 온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기온은 5.5도로 최근 10년 중에서 가장 높고, 평년(3.5도)과 비교해도 무려 2도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월 1일부터 12월25일까지 강수일수는 27일로, 최근 10년 평균(2.8일)과 비슷한 수치다.

반면 강수량은 지난 25일까지 64.6㎜로, 최근 10년 평균(103.7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가 적게 내린데다가 기온까지 따뜻해 눈을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북극에서도 평년보다 20도 이상 높은 기온이 나타나는 등 전 지구적으로 올 겨울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며 “복합적인 기상현상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한 탓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은 내년 1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