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복의 ‘응답하는 사회학’]누구를 위한 과학기술 발전인가?
2016년 04월 28일(목) 00:00 가가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다. 그 변화를 불러오는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태풍의 눈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사람들의 삶만 생각해 보아도, 호롱불이 사라지고 전깃불이 들어왔으며 텔레비전이 모든 가정의 거실에 자리 잡게 되었다.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이 생활의 노고를 덜어 주고 있으며 전화에서 시작하여 컴퓨터와 인터넷, SNS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의사소통의 혁명이 일어났다. 자전거에서 시작된 이동의 수단은 전차, 기차, 버스를 거쳐 자가용 승용차가 대중화되었고 오늘날에는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비행기마저 대중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의료 기술은 어떤가? 신장이나 심장 등 장기이식이 가능해졌고, 시험관아기가 태어나고 있다. 뇌를 비롯한 신체의 곳곳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조영술의 발달로 정확한 진단과 시술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어 유전자를 자유롭게 조작하고 편집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가히 압도적이어서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에 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극소 기술과 의료 기술,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되면서 현재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포스트 휴먼’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인간형이 출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먼 옛날로 돌아가 보자. 20만 년 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부근에서 두 발로 걸으며 삶을 시작한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대륙을 건너 중동과 유럽, 인도와 중국으로 퍼져나갔고, 시베리아를 거쳐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내려갔다. 19만 년 동안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던 인간은 불과 1만 년 전에 농업을 시작하여 떠도는 삶을 마감하고 정주생활을 시작했다.
불을 사용하게 되고 돌과 구리와 철을 사용하여 도구와 무기를 만들고,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지식 전달의 장치이기도 한 언어를 발명함으로써 인간의 지식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쇄술의 발달은 그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에너지 생산의 경우 물레방아와 풍차를 사용하던 시대가 끝나고, 석탄과 석유를 사용한 화력발전을 거쳐 원자력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제 핵발전소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주장되고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오늘날 우리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살고, 수출이 늘어야 경제가 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래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순환 논리가 우리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과학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자체 연구소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산학협동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의 연구소와 실험실에 하청을 주고 있다. 정치적인 이견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개발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생각에는 굳건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 볼 때가 되었다. 먼저 과학과 기술을 구별해야 한다.
인류가 자신을 둘러싼 우주와 지구와 자연과 생명체의 원리를 구명하는 지적 행위가 과학이라면, 기술은 그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자연과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과학이 원리라면 기술은 활용이다. 아인슈타인이 원자탄의 원리를 발명했다면 미국 정부와 군수산업은 그 원리를 활용하여 원자탄을 생산하고 투하했다.
과학과 기술은 연결되어 있지만 과학에서 기술을 따로 떼어내어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신제품을 개발할 때 그 제품이 과연 자연과 인간의 삶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이며 그런 삶이 가능한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고 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은 낭떠러지를 향한 질주일 수가 있다. 세계 곳곳의 핵무기와 핵발전소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유전자가 조작된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활의 변화가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은 계속 신기술 개발에 거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미래의 유토피아를 그려 보일 것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은 자연의 파괴와 인간성의 왜곡, 삶의 황폐화와 불평등의 심화를 가속화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보장하고 좋은 삶이 가능한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적정 기술’은 어떤 기술인가? 이 문제는 단지 기업가나 투자가, 정부 관리들이나 과학기술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삐 풀린 기술 개발이 가져올 폐해에 대해서 인문학자와 사회학자 그리고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도 기술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학자·작가>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이 생활의 노고를 덜어 주고 있으며 전화에서 시작하여 컴퓨터와 인터넷, SNS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의사소통의 혁명이 일어났다. 자전거에서 시작된 이동의 수단은 전차, 기차, 버스를 거쳐 자가용 승용차가 대중화되었고 오늘날에는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비행기마저 대중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가히 압도적이어서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에 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극소 기술과 의료 기술,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되면서 현재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포스트 휴먼’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인간형이 출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오늘날 우리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살고, 수출이 늘어야 경제가 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래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순환 논리가 우리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과학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자체 연구소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산학협동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의 연구소와 실험실에 하청을 주고 있다. 정치적인 이견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개발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생각에는 굳건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 볼 때가 되었다. 먼저 과학과 기술을 구별해야 한다.
인류가 자신을 둘러싼 우주와 지구와 자연과 생명체의 원리를 구명하는 지적 행위가 과학이라면, 기술은 그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자연과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과학이 원리라면 기술은 활용이다. 아인슈타인이 원자탄의 원리를 발명했다면 미국 정부와 군수산업은 그 원리를 활용하여 원자탄을 생산하고 투하했다.
과학과 기술은 연결되어 있지만 과학에서 기술을 따로 떼어내어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신제품을 개발할 때 그 제품이 과연 자연과 인간의 삶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이며 그런 삶이 가능한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고 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은 낭떠러지를 향한 질주일 수가 있다. 세계 곳곳의 핵무기와 핵발전소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유전자가 조작된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활의 변화가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은 계속 신기술 개발에 거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미래의 유토피아를 그려 보일 것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은 자연의 파괴와 인간성의 왜곡, 삶의 황폐화와 불평등의 심화를 가속화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보장하고 좋은 삶이 가능한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적정 기술’은 어떤 기술인가? 이 문제는 단지 기업가나 투자가, 정부 관리들이나 과학기술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삐 풀린 기술 개발이 가져올 폐해에 대해서 인문학자와 사회학자 그리고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도 기술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학자·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