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물결은 경제·정치·군사 등 다방면에서 우리가 실감하는 바다. 여행에서도 그렇다. 유럽·일본·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를 중국 여행자들이 휩쓸고 있다. 이번 연초에 태국을 여행하면서 더욱 실감했다. 태국 전체는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치앙마이는 더욱 그랬다. 치앙마이는 북부에 있는 태국 제2의 도시로서 방콕과는 다른 유적지와 문화를 갖고 있으며 고산족을 방문하는 트레킹이 유명하다. 이번에 그곳을 가보니 동양 여행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태국 현지인들은 그런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있었다. 숙소의 주인은 처음에 우리를 중국인으로 알고 쌀쌀맞게 대했다. 벽과 방에는 온통 중국어 경고판이 붙어 있었는데 ‘담배를 피우지 말라’ ‘음식을 방에서 먹지 말라’ ‘밤에 떠들지 말라’ 등이었다. 카페의 여종업원들도 어딘지 우리를 깔보는 것 같았다. 나중에 한국인 것을 알고서 표정이 풀리기는 했지만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나는 당황했었다.

그들은 모든 동양 사람을 중국인으로 보고 짜증을 냈던 것이다. 중국 여행자들이 치앙마이 대학에서 수업 중인 강의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는다든지, 공항에서 속옷을 빨아 대합실에 널어놓는 행동이 신문 기사로 날 정도였는데,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자부심이 높은 태국 사람들이 얼마나 불쾌했겠는가?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내와 함께 했던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더욱 흠 잡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오키나와에도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오고 있었다. 가족 여행자들이 많았는데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아이들까지 함께 오니 아무래도 모든 게 서툴고 적응에 문제도 있어 보였지만 일본은 매우 세심하게 그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중국어로 된 수많은 안내판을 붙여 놓았었다.

그런데 모든 중국 여행자들이 현지인들을 피곤하게 할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중국 여행을 하며 혹은 다른 나라에서 수많은 중국인들을 접해 보았는데 지성적이고 예의바르며 순수한 중국인들도 많이 만났었다. 하지만 워낙 해외로 나오는 중국인들이 많다 보니 그들 중에 10%만 문제를 일으켜도 엄청나게 많아 보인다.

1천 명 중에 1백 명이 문제를 일으키면 소수가 그러는 것 같지만, 10만 명이 방문해서 1만 명이 문제를 일으키면 전부 다 그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또 아직은 국제적인 매너, 에티켓을 접해 보지 않은 중국 여행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부도 해외에 나가서 문제 일으키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이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1980년대 후반, 여행 초창기부터 해외여행을 해온 나는 과거의 한국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이야 한국 여행자들이 세련되게 변했지만 많은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호텔 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김치 냄새를 배게 하고 오징어에 소주를 마시며 밤새 떠들어서 한국인 금지 게스트 하우스도 유럽에서 생겼었다. 동남아처럼 물가 싼 나라에서 으스대고, 퇴폐 향락 관광 일삼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지금도 종종 그런 사건들이 보도가 되고 있다.

그럼 이것이 중국과 한국만의 문제일까? 나는 서양인들이나 일본인들 중에서도 개념 없거나 예의 없는 여행자들을 종종 보았었다. 예의 바른 사람들도 많았지만 집단으로 어울리며 시끄럽게 떠들고 안하무인이어서 현지인들을 피곤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그들은 과거에 다른 문화를 깔보고 착취한 역사도 갖고 있으며, 추한 행동을 많이 해서 ‘추악한 미국인’, ‘추악한 일본인’ 소리도 들었었다. 다만 오랜 세월 속에서 경험이 축적되고 비판받고 세련되어지는 가운데 그런 이들의 비중이 많이 낮아졌을 뿐이다.

세계화 시대에 다른 문화권과 충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당연하게 보인다. 또 외국 관광객들의 쇼핑은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서 현지인들의 고민이 생기는데, 현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외국 여행자들의 노력과 함께 현지인들 역시 외국 여행자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물결을 피할 수는 없으며 여기에 적응해서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