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천(公薦)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당에서 천거하는 것이므로 당천(黨薦)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이는데 왜 공천이라고 할까? 공천(公薦)은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는 용어였다.

이조(吏曹)와 병조(兵曹) 등에서 관직 후보자를 임금에게 추천하는 것이 공천이었다. 문관에 대한 공천권은 이조, 무관에 대한 공천권은 병조에 있었는데, 이·병조를 전조(銓曹)라고 했다. 전(銓)이란 저울이란 뜻이니 ‘저울질 하는 관아’라는 뜻이다.

벼슬자리가 비면 이조와 병조에서 세 명의 후보자를 천거했는데, 이를 주의(注擬:천거), 또는 세 사람을 추천한다고 해서 삼망(三望)이라고 했다. 삼망에 드는 것을 물망(物望)에 올랐다고 했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유권자가 특정 후보의 이름 밑에 의사를 표시하지만 조선에서는 임금이 특정인의 이름 위에 점을 찍었다. 이것이 낙점(落點)이었다.

조선의 당쟁은 결국 자리다툼이기도 했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마련한 장치가 탕평책이었다. 탕평책의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인사 정책이다. 지금은 인사권자가 적당하게 지역 안배를 하는 것을 탕평책이라고 부르지만 조선의 탕평책은 제도적으로 보장된 인사장치였다.

영조는 재위 후반에는 스스로 탕평책을 붕괴시키지만 초반에는 호대쌍거(互對雙擧)라는 탕평책을 마련했다. 이는 3명을 천거할 때 각 당파를 골고루 포함시키고 한 부서 안에도 각 당파를 고루 포진시키는 인사방식이었다. 판서가 노론이면, 참판은 소론을 등용하는 식의 인사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 명 중 한 명은 1위 후보자인 일망(一望)으로 올리고, 한 명은 과거 물망에 올랐던 인물을 올리고, 또 한 명은 처음 후보자 명단에 올리는 신통(新通)이어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당이 관직을 독점해서 일당독재로 가는 것을 방지했다. 뿐만 아니라 관직 경력자의 경험을 중시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한편 신진인사의 진출도 보장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영조 48년(1772) 이런 인사 원칙을 뒤엎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노론 청명당(淸名黨) 사건이었다. 성균관 대사성 자리가 비자 공천권자인 이조판서 정존겸(鄭存謙)과 이조참의 이명식(李命植)이 세 명을 공천했는데 세 명이 모두 노론 청명당 소속이어서 물의가 일었다.

청명당이라고 해서 깨끗한 사람들이 모인 당이라는 뜻이 아니라 노론 중에서도 다른 당파와 공존을 거부하는 강경 보수파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자찬한 것이었다. 대사성 후보에 오른 세 사람이 모두 노론 청명당 소속인 데다가 세 명 중 한 명만 1위 후보자인 일망(一望)으로 올려야 하는데 셋 다 일망이었다. 또한 세 사람 모두 처음 천거하는 신통(新通)이었다.

이는 한 당의 독재를 방지하고, 정국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신진인사들의 벼슬길 진출을 보장했던 탕평의 인사시스템을 파괴한 것이었다. 또한 세 명 중에 한 명을 낙점(落點)하는 임금의 인사권에 대한 부정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특정 지역구의 국회의원 후보자 전원이 한 당 소속인 셈이었다. 공천이라기보다는 당천(黨薦)이자 특정 계파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파천(派薦)이었다. 영조는 파천을 실행한 정존겸을 회양(淮陽), 이명식을 장연(長淵), 그리고 청명당 당수로서 이 인사를 배후에서 조종한 전 영상 김치인(金致仁)을 해남(海南)으로 유배 보내서 청명당을 붕괴시켰다.

지금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당 내부가 내홍에 쌓이기도 하고, 심지어 야당의 경우 이 문제 때문에 둘로 갈라졌다. 특정 계파의 사람들을 공천하려는 파천(派薦)에 대한 불만이 여야 모두의 갈등의 근본 요인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 ‘후한서’(後漢書)〈예형열전〉에는 후한(後漢)의 공융(孔融)이 예형을 추천하면서 “사나운 새 수백 마리가 독수리 한 마리만 못하니 예형을 조정에 세우면 반드시 볼 만할 것입니다”라면서 천거했다. 자파 사람들 사이에서 인재로 여기는 사나운 새보다는 국민들이 볼 때 독수리 같은 인재를 천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독수리 같은 인재들이 어느 당에 더 많이 모이는지 유권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런 인재들을 많이 공천하는 정당에 표를 주고 싶은 것이 국민의 마음인 것은 당연하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