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설치해 둔 장식 전구는 늦어도 3월 전에는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축제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도심 야간 경관을 위해 가로수나 조경수 등에 설치한 전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나뭇잎이나 줄기가 마르는 등 피해가 3월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23일 산림청에 따르면 국립산림과학원은 겨울철 가로수, 조경수 등에 설치한 전구장식이 나무에 주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침엽수와 활엽수 모두 일 최저기온이 영상이 되는 3월 초부터 전구가 직접 닿아있는 잎에 열로 인한 피해(마름 현상)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장식전구 설치가 빈번한 벚나무(낙엽 활엽수)와 전나무(상록침엽수)를 대상으로 겨울철 3개월간 야간에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장식전구의 밝기는 26∼300 럭스(lx), 발열 온도는 28도 전후로 휴식기에 접어든 나무들에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주지만, 겨울철이 지나 대기가 따뜻해지면 장식전구에서 나오는 열기를 대기가 상쇄할 수 없어 그 피해가 커진다는 게 산림청 설명이다.

또 봄철인 3∼4월에는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나무가 활동을 시작하는가 하면 잎이 피기 시작하기 때문에 장식전구 등 주변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기이다. 새로 돋아나는 풀, 새 잎 등은 성장 초기로 연약하기 때문에 전구가 이들 부위에 접촉되거나 집단으로 열을 발산할 경우 열해(熱害)가 나타날 수 있어 야간 조명시설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밝기의 장식전구는 그러나 꽃이 피는 시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등 나무에 생리적인 장애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벚나무를 상대로 4월 초 꽃피는 시기와 꽃눈의 크기 등을 조사한 결과 장식전구를 설치한 나무와 설치하지 않은 나무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 연구과 김선희 박사는 “야간조명 전구의 설치는 나무들이 완전히 휴면상태가 되는 겨울철부터가 적절하며, 상록침엽수는 3월 전에, 낙엽 활엽수는 꽃이 피기 전이나 잎이 나기 전(3∼4월)까지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조명시설 제거시에도 꽃눈이나 잎눈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하며 줄기에 매어놓은 전깃줄이나 철삿줄 등도 남김없이 제거하여 생장에 필요한 양분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무는 대기온도가 5도 이하인 겨울철이 되면 생리적 활동(광합성, 증산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낙엽수는 잎을 떨어뜨리고 생리적으로 휴면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소나무와 같은 상록성 나무도 거의 활동을 멈춰 이 시기에 제한적으로 나무에 장식전구를 설치하는 것이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