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꽃피는 봄에 시집가요.’

광주우치동물원의 ‘천상 여자’ 암컷 기린 ‘아린’이가 오는 3월 연하의 새 남편 기린을 맞는다. 지난 2011년 남편과 딸을 잇따라 떠나보낸 지 4년 만에 새 가족을 만나게 된 것이다.

4일 광주우치동물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께 용인 에버랜드로부터 수컷 그물무늬 기린 1마리를 구입했다.

우치동물원은 이 기린에게 첫 선물로 ‘마린’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줬다. ‘마술과 같은 매력을 지닌 기린’이라는 의미다.

마린은 지난 2013년 4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났으며, 올해 4살이 됐다. 마린은 태어날 당시 에버랜드 홈페이지를 통해 육아일지가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얻은 기린이다.

우치동물원은 3월 중에 ‘마린 이송 작전’을 펼 계획이다. 우치동물원은 겨울철 추운 날씨가 ‘마린’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해 그동안 이송을 미뤄왔으며, 다음달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장 좋은 날을 받아 이송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이송 전에 수시로 건강 상태와 성격 등을 관찰할 예정이다.

‘마린’은 현재 키 3.5m, 몸무게 1t 가량이며, 아린(14세·키 4m, 몸무게 1.5t) 등 다른 기린과 달리 전체적으로 하얀 빛깔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김정남 우치동물원 소장은 “마린은 붙임성이 좋고, 얼굴에 고집스러운 모습도 있어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다”며 “그동안 쓸쓸하게 사육사를 혼자 지키던 아린이에게 새 짝을 구해 주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치동물원 최고 스타인 ‘아린’은 ‘아름다운 기린’이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남모를 슬픈 사연이 있다.

‘아린’은 지난 2010년 3월 남편인 수컷 ‘밀레린’(당시 11살) 사이에서 암컷 새끼를 출산한 뒤 화목한 가정을 이뤘다. 하지만 2011년 남편과 딸을 연이어 떠나보낸 뒤 50개월가량 혼자서 쓸쓸하게 사육사를 지켜왔다. 당시 부검을 통해 밀레린의 위 속에서 관람객들이 준 것으로 추정되는 과자봉지와 노끈 등이 발견돼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우치동물원은 지난 2014년부터 ‘아린’에게 새 짝을 찾아주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왔다. 하지만 해외 동물 구입 절차 등이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기린 가격이 급등해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까지 ‘아린’과 ‘마린’ 사이에서 2세가 태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치동물원도 번식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나이가 많은 ‘아린’이의 건강을 염려해서다.

김 소장은 “둘이 잘 살아주기만 하면 좋겠다”며 “아린이가 20살 이상까지만 동물원을 지켜주고, 마린이 내년에 성적(性的)으로 더 성숙해지면 꼭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동물원에 사는 기린의 평균 수명은 20년으로, 국내 최장수 기린은 에버랜드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장순이’다. 한편 우치동물원은 설 연휴기간(7∼10일 오전 9시∼오후 6시)에도 정상 개방한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